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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진행된 시장개방과 소득의 양극화 속에서 일부 고소득층들의 외제 고가품 구입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과 함께 등장한 용어가 '명품'이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사전적 풀이 보다는 고가품, 사치품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이는 게 더 일반적이다.
이 같은 명품이란 용어가 얼마 전부터 인천지역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명품도시 인천'이 그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명품도시 건설을 외치고 있다.
동북아 물류허브, 송도국제도시,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2009 세계도시엑스포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을 통해 명품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듣기만 해도 일견 가슴 뿌듯하다. 내 고장 인천이 세계 속에 우뚝 선다는 데 자랑스럽지 않을 인천 시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인천시 개발정책,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를 주제로 지난 14일과 21일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시의 개발드라이브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은 시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개발방향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무관한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무분별한 아파트 건설로 이어져 도시개발의 난맥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경고하고 있다.
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100여 곳이 넘는 구도심 재생사업계획으로 해당 지역 허름한 빌라들의 매매가가 최근 1~2년 사이 50% 가까이 올랐다. 외지인들의 투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매매가 폭등은 전세가 상승을 동반, 가뜩이나 힘겨운 시민들의 삶을 더욱 버겁게 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아파트를 짓더라도 값 비싼 분양가 때문에 이 곳 주민들의 상당수는 새 아파트에 입주할 형편이 안 된다. 새 아파트 가운데 꽤 많은 물량은 일부 투기세력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능력에 맞는 값싼 집을 찾아 시 외곽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인천을 떠나야 할 판이다.
'낙원구 행복동에 살고 있는 주인공 영수네는 어느 날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철거 계고장을 받는다. 그 뒤 철거는 간단하게 끝나 버리고 그들 손에는 아파트 딱지만 주어진다. 입주권이 있어도 입주비가 없는 행복동 주민들은 시(市)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 보다 약간을 더 받고 투기꾼들에게 입주권을 판다….'
지난 70~80년대 베스트셀러 조세희 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줄거리 일부다.
현재와 같은 시의 개발드라이브 정책대로라면 〈난쏘공〉의 실제 주인공들이 인천 지역에서 수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개발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담보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 개발정책 입안자들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시민사회의 지적을 귀담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명품 인천'이 '짝퉁 시민'을 양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조충민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