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형수가 들으라는 듯 곽병기 대위는 평양 다녀온 이야기를 꺼냈다.

 『둘째 형님은 요사이 지도자 동지 모시고 현지 지도 다니시느라 바쁘신가 봐요. 그래서 집에도 못 들어가고 사무실에서 잠시 만나보고 왔는데…어카면 좋갔습네까, 형수님? 아무래도 우리 집안에 큰 시련이 몰아칠 것 같아 걱정입네다.』

 그러면 그렇지, 막내삼촌의 얼굴이 오늘 따라 너무 어둡다 싶었어.

 정남숙은 시동생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는 수심이 궁금해 다그쳐 물었다.

 『왜요?』

 『자세한 이야기는 형님 들어오시면 드리갔습네다만 전연에 복무하는 인구 조카가 야밤에 입쌀 실은 화물자동차를 몰고 오다 사고를 냈습네다.』

 『사고를?』

 말수도 없이 막내아들의 표정만 지켜보고 있던 손씨가 너무 뜻밖이라는 듯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곽병기 대위는 형수의 표정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곽병룡 상좌가 귀가할 때까지 만이라도 인구가 자동차 사고를 내고 월남해버렸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지만 이건 남쪽으로 넘어간 장조카보다 북녘에 살고 있는 그의 가족과 친인척들 모두에게 더 큰 시련을 안겨 줄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네. 달포 전 봄 장마 때 입쌀을 가득 싣고 전연으로 들어오다 비탈길에서 화물자동차가 전복되었는가 봐요. 둘째 형님 말씀으로는요.』

 『기래서요? 다치지는 않았답데??』

 정남숙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듯 곽병기 대위를 바라보았다.

 『차가 비탈길로 굴러내려 갈 때 차 밖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좀 다쳤는가 봐요.』

 곽병기 대위의 입에서 머리를 좀 다쳤다는 말이 나오자 정남숙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자신의 주먹을 꼭 쥐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떨려오는 몸을 참느라 애를 먹고 있는 표정이었다.

 『쯔쯔, 그 어린것이 객지에서 기러케 다쳤으면 수발은 누가 들어주나?』

 손씨는 혀를 차며 가슴 아파하다 막내아들을 바라봤다.

 『지난번 봄 장마 때 다쳤다고 했느냐?』

 『네. 모내기전투가 한창이던 지난 5월 초순께 사고가 났는가 봐요.』

 지난 5월 초순이라면 달포 전이 아닌가. 손씨는 그때 일어났던 일을 어떻게 여태껏 소식도 못 듣고 있었을까 하는 표정으로 놀라고만 있었고, 정남숙은 너무 기가 막힌다는 듯 곽병기 대위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정말, 지난 5월 초순에 사고가 났데요?』

 금세 까무러칠 것 같은 형수의 모습이 걱정되어 곽병기 대위는 잠시 허공을 쳐다보며 뜸을 들이다 엉뚱하게 둘러댔다.

 『제 혼자 해 본 지레 짐작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는 좀 심각했는가 봐요. 뇌 촬영까지 한 것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