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실 인천시 교육위원회 교육위원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일부 인사들이 스승의 날을 현재의 5월에서 바꾸어보자는 새로운 안을 내고 있다.
스승의 날이 선생님이 원하고 지정해 주길 바라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상황에서 당시 정치권과 행정권에서 생색을 내던 선심성 선물이였지만, 이젠 사회가 변하고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스승의 날이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자긍심을 무너뜨리고 사회적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각을 부끄럽게 만드는 날이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본래의 좋은 뜻이 살아나고 선생님이 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부담이 되지 않는 날이 되길 바란다.
우리 선생님들이 충분한 사회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온갖 불필요한 행정 업무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집행부서인 교육부나 교육청의 기구가 개편되거나 증설되면 그에 따라서 각종 업무량이 폭주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공교육에 대한 우리 정부의 투자는 물론이고 공교육의 여건에 대한 모든 지표가 세계 최하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상위권이라고 한다. 국가와 사회적 관심은 정치적 계산에서 지극히 말로만 성의를 보이면서 최소한의 투자만 하는데 경제적인 논리에서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으니 이는 어려운 여건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열정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이나 일부 편향된 교원단체에서는 기회때마다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되살리는 것이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접근 방법 제시에서는 모든 선생님에 대한 새로운 부담이거나 선생님에 대한 자율성을 저해하는 내용이 전부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선생님의 열정적인 교수-학습과 생활지도영역까지 자의적인 해석으로 공교육의 핵심 주체인 선생님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폄하하기를 서슴지 않고 또한 각종 오도된 수치인 주당 수업시수는 물론 심지어 보수와 연관해 윽박지르거나 일방적인 매도를 일삼고 있다.
더욱이 공교육을 사교육시장과 비교하면서 시장원리를 내세워 교육과정을 뒤흔드는 일까지 자행하고 있다.
현재 잘못된 대학 입학 정책에서 시작된 논술 열풍이 초등학교까지 파급되었고 그에 따라 각급 학교 선생님에게 강요하는 논술 지도 교육은 또다른 짐이 되고 있다. 상급학교 입시지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소수의 스타강사를 내세워 학원 강사와 함께하는 학원식 수업을 권장하는 일부 학교 모습에서 서글픔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이 되기까지 과정은 정말 힘들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원 양성대학 입학서부터 졸업, 그리고 힘든 임용교사와 교수-학습에 대한 실기 및 면접고사를 거쳐 선생님이 된다. 또 근무기간 동안에 부과되는 자격연수·교직과정 장·단기 연수 등을 거쳐야 당당하게 학생들 앞에 설 수 있는 분이 바로 우리 사회의 선생님이다.
공교육의 붕괴는 '무능한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모든 권력을 갖고 있는 교육부를 비롯한 권력지향적인 일반 교육 행정 관료와 그들에 의하여 산출되는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기가 꺾이고 움츠릴때 보고 배우는 학생들도 또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학생들 앞에서 당당하고 존경받는 선생님으로서 소신을 갖고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수업권과 해마다 교육의 방향을 바꾸는 입시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교사의 평가도 자의적으로 무능한 선생님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으로서의 능력을 가려서 훌륭한 선생님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하므로 선생님이 긍지를 갖고 신바람나게 가르치고 선생님으로서의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코 선생님들의 권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는 우리 학생들의 밝은 미래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초기에 힘없는 선생님에 대해 무차별적인 비난과 폄하를 하면 공교육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정권 또한 신뢰가 떨어짐을 우리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여실히 보아왔다.
그러므로 선생님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열정으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도록 선생님의 사기를 진작시킬때 공교육도 살아나고 또한 국가 발전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김실 인천시 교육위원회 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