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석봉 인천시의회 산업위원장
바둑을 둔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지만 종이 바둑을 두던 시절이 중학교 다니던 무렵이었으니 기력이 어언 40년을 바라다보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다 보니 가끔 신문에 나는 바둑 해설을 읽어본 횟수만도 어지간해서 바둑을 빌려 인생을 깨우치는 기가 막힌 표현들을 마주할 때마다 흠뻑 빠져들곤 한다.
중국의 바둑을 부흥시킨 어느 위인께서 바둑이 융성하면 국운이 융성해지고 바둑이 쇠퇴하면 국가가 쇠퇴해 진다고 말했다고 해서, 최근 중국의 성장과 중국 바둑의 성장이 그 말을 방증하고 있음에 어느 바둑 해설가가 감탄해 하는 글을 읽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저런 이유로 바둑을 더 잘 두기는 어려운 필자이지만, 바둑이 안고 가는 그 불교의 경전 같은 가르침은 늘 적어가며 배워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최근 들어 남북 관계를 놓고 6자 회담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 한미 FTA 협상이 타결국면에 접어들었다고도 한다. 모두 각국의 최고 고수들이 벌인 협상이니만큼 이해득실을 계산하기에 앞서 반갑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양보가 없는 협상이 어디 쉽겠는가마는 아마도 10년 앞쯤은 내다보는 '프로'들의 게임이었을 터이니 그 결과를 미리 예단키는 어려운 일이라 우선 반갑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과정에서 어느 한 분이 탈당을 선언했다. 여러 가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마는 그 분도 수십년간 정치를 해온 '프로 정치인'이기에 그 분이 선택한 길의 결과가 흥미롭게 기다려진다. 그리고 오랫동안 몸 담았던 정당의 동지들을 독재 잔당 운운하면서 폄하한 발언도 그 깊은 뜻을 헤아리기가 힘들어 우선은 고수들이 두는 행마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정도로 넘어가 본다.
워낙에 9단, 10단들이 하는 일이니 내 주제에 감히 훈수를 둘 일이 아니겠건만, 게임이 끝나고 나서 복기를 해 가며 왜 어디서 무슨 패작이 원인이었나를 되돌아보고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는 등 잠시 방심했다는 등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그 고수다운 마무리가 다만 그리울 뿐이다.
나랏일이야 그렇다 치고 인천 경제자유구역 사업을 놓고 그 개발의 최대 핵심주제인 NSC(송도개발유한회사)와 인천시가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돈을 벌어야 할 것이고 우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서 아마도 도시개발공사가 직접 NSC의 지분을 대행하려는가 보다. 당연히 NSC는 그 수익의 분배를 놓고 흥정을 하려는 것이다.
불행한 것은 우리의 바둑 상대가 NSC가 아니고 중국이며, 이미 중국은 절반의 집을 확보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바둑알을 네가 놓네 내가 놓네 하며 시간을 잡아먹고 있음이니 이러다가 초읽기에 몰리면 어느 누가 '내 탓이오' 할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동네 코흘리개들이 골목 어귀에서 두는 바둑에도 훈수꾼들이 기웃거리는 맛이 있거늘, 어찌된 일이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성장 동력이요 우리 사랑하는 인천의 앞날을 좌우하는 경제자유구역사업이라는 이 거대한 한판 대국을 놓고도 구경하는 사람 하나 없고 질까봐 가슴 졸이는 사람 또한 하나 없으니 참으로 환장할 일인 것이다.
더구나 인천 시민이 뽑아서 의회에 보내주고, 또 경제자유구역사업을 다루는 산업위원회에 보내어 거기에 위원장이라는 감투까지 달아준 인간조차 묘수를 찾아볼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환장만 하고 있으니 이 또한 기가 찰 일인 것이다.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어디 훈수 좀 두어 주실 분 안 계십니까?"
/강석봉 인천시의회 산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