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석 인천시 동구 금창동 주민자치위원
인천사람이면 다 아는 금창동은 근대 개항기 이후로 형성된 마을로 가난한 사람들이 하루하루 삶을 영위하는 생활의 터전이다. 또한 금창동을 좌우로 나누는 우각로와 금곡로에는 많은 인천의 문화유산들이 존재한다. 우각로는 경인로(京仁路)의 시작점이다. 경인철도 공사가 처음 시작되는 도원역(경인철도기공기념비·1897년)이 있는 곳에서부터 창영사회복지회관(19세기말), 창영교회, 우리나라 사립학교의 효시인 영화학교(1892년), 창영초등학교(1907년), 가난한 시기 육체적인 고달픔과 정신적인 배고픔의 서러움을 씻어준 배다리의 헌책방거리(1953년), 인천양조장(1920년)까지 이어지는 거리, 이와 더불어 지하상가에는 10년 전부터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공예가들이 모여 공예점거리를 형성했으며 중앙로는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한번은 이용한 혼수품인 한복점과 이불점, 그룻점의 거리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오랜 전통 시장이다.
이러한 소중한 자원은 인천시민과 금창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이곳에서 살며 형성한 정서와 생활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며 역사물들이다. 공예거리까지 새롭게 정비해 인천지역의 시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인천의 근대시기, 끈끈했던 민중들의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는 문화의 거리로 새롭게 도약을 시작할 무렵 금창동을 관통하는 도로가 건설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각로와 금곡로가 갈라지는 것은 문화의 기상이 서려있는 용(龍)의 허리를 끊어 놓는 일과 다름이 없다. 자원 하나라도 살려 관광자원으로 지키며 찾아내야 할 시점에 인천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소중한 문화자원을 짓밟을 수 없다
건설예정인 이 도로는 일반도로가 아닌 산업도로이다. 산업구역을 잇는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일반 차량보다는 산업물류용 차량이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것이다. 만일 이 도로가 현재의 계획대로 금창동과 송림동을 관통하면서 그것도 지상으로 건설이 된다면 이후에 발생하게 될 먼지와 소음들은 엄청난 지역의 문제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중·동부지사 발표에 의하면 천식·기관지염·폐렴·폐암 등 각종호흡기 질환자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우리 지역에 위치한 대형제철소·건축물 폐기업체·사료·고철·목재 등의 업체에서 발생하는 동구가 인구대비 발생률이 가장 높은 0.23%(타 지역의 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가 암 환자 발생률이 높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그렇게 참고 살아왔다. 중요한 것은 이 산업도로가 개설시 이들 공해 업체의 전용 수송도로로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이 도로계획은 1996년에 고가도로로 계획했을 때 동구와 의회,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던 도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가 주민들의 의사를 완전 무시하며 원성을 가린 채 1996년 솔빛주공아파트의 대규모 건설공사와 수도국산에 터널공사를 병행하여 공사를 감행하였다.
급기야는 지금에 와서 인천시가 이 터널을 기준으로 급경사이기 때문에 지하도로로 건설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부당하고 비열한 도로행정을 펼쳐 오고 있다.
산업도로는 필요할지라도 주거공간을 반으로 갈라서 그 동안 역사를 이어오면서 형성한 공동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건설되어서는 곤란하다. 도로건설을 위해 주택을 파괴하는 것은 쉽지만 잘못된 정책적 판단으로 인해 오랜 시간동안 주민들의 관계와 노동활동 등을 통해 형성된 역사와 문화가 파괴된다면 이를 복원하기란 매우 불가능하다.
진정한 개발은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제기되고 시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만이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풍성함을 가져올 수가 있을 것이다. 삶이 살아있던 공간을 수치와 계량으로 파악하는 것은 그 공간이 지니는 다양한 삶의 문화적 가치들을 증발시키는 것이다. 주거공간을 관통하여 거리가 파괴되는 지상도로가 아닌 최소한의 피해가 없는 지하화로 건설되어야만 한다.
시민과 동구 주민들이 원하는 지하도로로 이루어져서 많은 이들이 원하는 살기 좋은 지역으로 후세에 이어지기를 강력하게 호소하며 관계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이 인천동구의 발전에 큰 획을 그을 것이다.
/강진석 인천시 동구 금창동 주민자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