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복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 부평 샘터교회 담임목사
지난 인천일보 2월22일자 오피니언 5면 전대열 님의 시론 '남북정상회담 푸틴의 의중'을 읽고 "이건 아니잖아"하는 생각이 들어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누구나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고 또 그럴 수 있는 우리 체제가 우월하다고 본다. 그런데 사실에 근거한 의견수립이냐 아니면 사실을 곡해하고 비틀어서 인식하는 의견수립이냐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사안 중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정권을 잡자마자 평양으로 달려가 김정일의 손을 잡는다. 비록 5억달러의 대가를 지불했지만 그 덕에 김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라는 부분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점이다. 5억달러 지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그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군사독재정권과 맞서 싸워왔으며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가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마치 노벨평화상 받기위해 북에 5억달러 퍼준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사실곡해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5억불을 평화비용으로 볼 수 없을까 하는 점이다. 5억불 지불해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줄어들고 평화가 더욱 정착된다면, 그래서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우리를 더 높이 평가한다면 더 낮은 이율로 외자를 사용할 수 있으니 지불한 비용 뽑아낼 수 있는 것 아닐까?
혹자는 그렇게 북에게 퍼준 결과가 미사일이요, 핵실험이었냐고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사일과 핵실험은 북미관계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 북·미 간에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중대한 결정을 할 시점에 부시정권이 들어서고 네오콘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적대세력으로 몰아갔다. 이러한 상황 전개속에 북은 생존전략으로, 그리고 외교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근에 타결된 2.13 북경6자회담의 결과를 놓고 "가장 기뻐한 사람이 부시와 노무현 대통령이다 … 노무현 대통령 역시 대선을 앞두고 최악의 여론에 허우적대고 있는데 얼마나 좋았으면 '북한이 달라는 대로 다줘도 남는 장사'라는 허튼소리를 했겠는가"라는 대목이다. 그게 어찌하여 허튼 소리인가 하는 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참여정부에 비판적인 분들은 '퍼주기'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과연 퍼주기 일까? 현재 우리 내부를 크게 보면 대북관계에 적대의식을 가지고 대하는 이들과 화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런 대북의식의 차이에 의해 남북통일을 향한 3방안이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무력사용 불사하여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북침통일론이다. 이 경우 통일이 되더라도 무력사용에 대한 증오가 상존하여 진정한 통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대북봉쇄와 압박을 통한 북한정권의 붕괴를 통해 흡수통일을 하자는 방안이다. 이 경우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한 후 동독의 경제재건을 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뢰회복과 화해를 통한 교류협력을 왕성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방안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제3의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지금은 북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도 개성공단에 가면 중국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얻는다. 지금 약 8만5천평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훗날 인천시에서 추진중인 개풍까지 500여만평이 다 개발돼 수만개 공장이 세워지면 남한 국민 중에서 약 50만명 정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6.25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에 근거한 증오감에 휩싸여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본다. 드라마 '주몽'을 보라! 고구려를 건국하려는 주몽이 부여와의 구원(舊怨)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대승적 견지에서 나아갈 때에 큰일을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지 않는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대북증오의식이야 말로 시급히 청산해야 할 과제이다.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은 알아야 하되 분노에 사로잡혀 사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 좋지 않은 일이다. 과거에 집착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다 똑같은 것이라 본다.
/김성복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 부평 샘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