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박현조 인천관광공사 상임이사·시인
산림법상 지목인 임야는 엄연히 산림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일찍이 우리 인간이 설정해놓은 산림에서 논밭을 일구고 촌락을 구성하였다. 유휴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유실수를 심어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실용적인 인간의 지배원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우리 나름대로 산을 마구 개간하여 배나무, 잣나무, 밤나무, 포도나무, 감나무, 고구마, 콩 등 야채류를 심었다. 산에서 기존에 생존하던 산까치, 청설모, 산돼지, 산토끼 등은 우리가 심은 농장물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동물들을 우리 인간은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적으로 간주하고 엽총으로 또는 덫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 지역을 점유했던 잡초들도 무참히 희생당했다.
많은 동식물들은 영문도 모르고 어느 날 갑자기 수난이 시작되었다. 아주 무참히 처형당해야만 했다. 환경보호단체에서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겨우내 추운 겨울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나무에 새들의 보금자리와 먹이를 장만하여 뿌려주고 있다. 그것은 동물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영구적이지 못하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오직 인간만이 우리 지구를 영유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해야겠다. 우리가 가까이 살아가고 있는 도회지는 도시계획에 의해서 여러분야로 나누어 발전하고 있지만 구석구석에 동식물이 같이 살고 있다. 물론 마실 공기며 물은 필수적이다.
이제 땅이 모자라 바다를 매립하며 수산물을 위협하고 산림을 훼손하며 산속에 동식물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해야할 것은 산에 사는 동식물의 안식처를 침범할 때는 그들도 살아갈 수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편에서는 새집을 달아주고 먹이를 놓아주면서 한편에서는 학살과 포획으로 멸종이 우려되고 있다. 산에 사는 산까치나 청설모가 우리의 적으로 간주된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태를 볼 기회를 놓치거나 해충을 먹어 없애는 자연의 순리를 송두리째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만약 그들에게 인간이 만들어 놓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힌다고 아우성인 것은 늑대 굴에 집을 지어놓고 가축을 지키자는 것과 같다. 깊은 산중에 잣나무, 밤나무 열매를 따먹다 죽은 청설모나 다람쥐는 총살형이나 덫에 치여 가족과 친지, 동려 등과 집단 처형 당하기가 일쑤다.
우리 민족은 이웃 강대국에 침략을 당하면서 존립해왔고 같은 민족끼리도 이념전쟁으로 그야말로 처참한 비극 속에 한을 간직한 채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지만 우리민족이 살상 당하듯이 그렇게 처참하게 자기영역을 빼앗기면서 희생당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왕에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우리 우주공간을 지배한다면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놓고 그들이 넘나들지 못하도록 방비책을 설치해야 할 것이며 산에 먹이를 놓아주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에 사는 주인들이 오래도록 그들의 영역을 지키며 우리 인간과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가 있어야겠다. 잣나무, 밤나무, 도토리나무 등 과실수를 동물용으로 별도로 야산에 식재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우리 인간이 몸에 좋은 산나물, 도토리, 산밤, 머루, 달래 등 보이는 대로 싹쓸이해서 주어오는 것은 산동물의 식량을 훔쳐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산에 사는 어린 가족들은 겨울이면 추위와 허기로 눈물겹도록 고생이 심해지고 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눈이 쌓인 도봉산줄기 양지쪽에서 점심식사 후 남은 과일 껍데기를 먹으려고 가까이 오는 청설모를 보았으며 폭설로 허기를 이기지 못한 곤줄박이와 동고비등 텃새들이 국립공원 오대산 탐방 안내소에서 뿌려주는 땅콩, 잣, 과자부스러기를 얻어먹기 위해 모여들어 손에 쥔 먹이까지 가로채 가는 경우도 있다. 산에 사는 산주인의 보금자리를 파괴, 훼손하고 과실수 나무, 곡식을 심어 놓고 그들이 넘나들지 못하도록 학살하는 우리 인간이 너무나 두렵다./박현조 인천관광공사 상임이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