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칼럼-한광원 국회의원/인천 중구·동구·옹진군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명칭개정 문제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되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이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월 임시국회에 관련 법률안이 제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인천공항을 지역으로 둔 국회의원으로서 나의 소견을 본 칼럼을 통해 피력하고자 한다.
최근 한나라당 소속 한 국회의원이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을 '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대한민국의 문화국가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인천세종국제공항으로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업적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이름이 인천세종공항으로 바뀔 경우, 지역과 유명인의 이름을 병기해서 사용하는 나라들의 경우를 볼 때, 인천은 생략하고 세종공항으로 불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인천은 우리나라의 관문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이름은 전혀 알리지 못한 채 땅만 빌려준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웅장하고 화려한 인천공항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가?
인천공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삶의 터전을 내 준 영종도 주민들을 비롯해 우리 인천시민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당시 공항명칭을 결정하면서도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60만 인천시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 인천발전을 염원하는 지역 주민의 뜻을 담아 지난 1996년 '인천국제공항'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인천국제공항'으로서 전 세계에 그 위상이 널리 알려진 마당에, 그 명칭을 바꾸려는 것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다. 명칭을 변경하면서 들어갈 안내판·도로표지판 변경, 홍보비 등 각종 불필요한 예산의 지출은 둘째 치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천공항의 갑작스러운 명칭변경으로 인해 벌어질 혼선 및 대외신인도 추락, 이에 따른 국가경쟁력 저하는 그 액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 치고는 사실 그 희생이 너무 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은 인천항과 더불어 동북아의 물류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단순한 명칭변경 문제로 생각하다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틀로 하는 한국의 국가발전전략 구상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두 달여 뒤면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여섯돌을 맞는다.
개항 후 인천국제공항은 6년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공항서비스 세계 1위', '항공물동량 세계 3위', '항공여객 세계 10위'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보이며 동북아의 중심공항으로 지금 그 입지를 확실히 굳혀가고 있다.
지금은 명칭논란보다는 인천국제공항의 활성화와 배후 물류단지 조성 등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적극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이벤트성 공항이름 바꾸기 작업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향후 국회에서 인천국제공항의 명칭 변경 시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밝혀두면서 짧은 소견을 마무리하고자 한다./한광원 국회의원/인천 중구·동구·옹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