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김의식 인천대 초빙교수·경영학과
주자(朱子:朱熹)가 제자 유자징(劉子澄)에게 소년들을 학습시켜 교화시킬 수 있는 내용의 서적을 편집하게 하여 주자가 교열, 가필한 소학(小學)에 보면 "천하의 걱정을 근심하는 데는 앞서야 하고, 천하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는 늦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또한, 조선조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 회고록에 보면 '선천하지우이우(先天下之憂而憂) 후천하지낙이락(後天下之樂而樂)'이라고 했으니 즉, "천하의 걱정을 먼저 걱정하고 천하의 낙은 나중에 즐긴다"는 뜻인데, 이것은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자신이 속한 크고 작은 회사나 단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지도자의 자질로 중요시되는 것의 하나는 섬김과 나눔에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이익이나 관점만을 앞세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먼저 살피는 배려의 리더십이 요청되는 때이다. 내가 속한 조직이나 단체에서 세운 공(功)이나 업적이 있다고 하자. 그 공(功)이나 업적을 독차지하면 혼자만 기쁜 일이요, 그 기쁨과 즐거움은 반으로 줄어들고 금방 없어져 버리게 된다.
산꼭대기에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계곡을 향하여 큰소리로 "야호!"하고 외쳐본 적이 있는가? 크게 소리를 지르는 순간 곧바로 "야호!"하고 메아리쳐 반향(反響)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은 공(功)과 업적을 내자신에게 돌아오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로 돌린다면, 산울림의 메아리가 반향을 일으켜 즉시, 내게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때는 기쁨과 즐거움이 배로 커져서 돌아오는 것이다.
비오는 날 산의 떡갈나무잎에 떨어진 물방울은 잠시 머무를 사이도 없이 땅으로 흘러내리는 이치를 아는가? 만약, 그 물방울이 흘러내리지 않고 나뭇잎에 그대로 고여 있다면 나뭇잎은 썩고 말 것이다. 그러나 물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순간 흘러내린다면 나뭇잎은 싱싱하게 자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인간은 공동체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인 동물인 것이다. 너와 내가 더불어 사는 사회요, 톱니바퀴가 맞물고 돌아가는 것처럼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인 것이다. 팀조직이 있고 팀원이 있는 것이다.
나의 성공은 그 누군가 더불어 도와준 사람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나홀로 독자적인 노력으로는 아무런 성취도 이룰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 인간 사회에서도 공로와 업적을 상사나 부하의 것으로 돌려준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최소한 그 두 사람은 기쁘게 된다. 또한 공로를 남에게 돌린 자의 아량이 넓어진다. 그 결과로 결국 인간관계가 더욱 긴밀하고 돈독해지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일에서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는 것이다.
그 반면에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기 전에 자신이 먼저 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요즈음 세상은 참 이기적이다. 자신이 엄연히 시켜서 한 일도 일이 터지고 나면 이래저래 핑계를 대고 책임을 전가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많다. 여럿이 함께 성취한 것도 혼자의 공로로 만들어 버리기 십상이다.
심지어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몰염치한 사람도 있다. 반면에 잘못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저지른 실수라도 혼자만 빠져나가려고 애를 쓴다. 심지어 나 혼자만의 실수도 다른 사람에게 핑계를 대어 책임을 전가시킨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는 조직에서 오래갈 수 없음이 자명하다. 초반에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뉘우친다면 쉽게 문제가 수습이 되고 상처가 커지기 전에 해결될 일도 책임을 떠넘기는 좋지 못한 풍토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조직이나 단체의 인간관계가 긴장감이 돌고 나아가서는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저지른 실수가 아니더라도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지녀 보자. 이 또한 친밀한 관계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의 상사나 부하가 있다면 서로 앞을 다투어 일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작은 고통도 함께 나누면 위로가 되며,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공(功)은 상사와 부하에게! 책임은 내가 먼저!' 언제 어디에서나 이러한 풍토 조성에 힘쓰도록 하자./김의식 인천대 초빙교수·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