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경환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2004년 12월21일, 방송위원회는 경기·인천 지역 유일한 지역방송인 iTV 경인방송의 재허가 추천을 거부했다.
방송위원회는 iTV 경인방송의 재무구조가 부실하여 좋은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고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송위원회가 시청자 이익을 위해 지역방송사를 없앤다고 했을 때 많은 시민들이 황당해 하면서도 "더 좋은 지역방송사가 생기겠지"하고 기대했다. 부실한 사업자가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낭비하게 둘 수 없다고 했으니, 당연히 주파수를 제대로 활용할 건실한 사업자를 조속히 선정하여 시청자 복지를 향상시키겠지 하고 믿은 것이다.
그런데 사상 초유의 지상파 방송사 정파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원회에서는 새로운 방송사를 만들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iTV를 처음 설립할 때도 그랬듯이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새 방송사가 생기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경기·인천 지역 400여 시민단체가 모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경인지역 새방송 창사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이다. iTV 전직 직원들의 모임인 희망조합도 참여했다.
창준위는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방송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고, 많은 시청자들, 국회의원들, 방송전문가들이 경인지역에 새로운 지역방송사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를 표시했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여론이 비등하자, 비로소 방송위원회는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 사업자 허가 추천에 대한 정책을 2005년 9월에 가서야 내놓았다.
이제는 지역방송사가 새로 생기겠구나 하고 안도를 했지만 난관은 또 있었다. 2006년 1월에 5개의 컨소시엄이 경쟁했지만 모두 기준점수 미달로 사업자 선정이 유찰된 것이다. 또 다시 지역방송사가 좌초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했는데 다행스럽게도 2차 공모를 통해 2006년 4월 경인TV 컨소시엄이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경인TV는 시·도민주식 공모와 시청자들의 방송 참여 대폭 확대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이제야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방송이 탄생하겠구나 하고 많은 지역시청자들이 환영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지난 해 10월, 경인TV 대주주가 초과 지분을 소유했다고 한 국회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더니, 급기야 국회에서 전 경인TV 대표가 대주주를 미국 스파이라고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방송위원장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모든 의혹이 해소된 후에 허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경인지역 시청자들은 언제 지역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구 사업자의 재무구조 부실로 시작된 지역민들의 시청권 박탈이 2년이 지난 오늘에도 아무 기약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시청자 권익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있던 방송을 없앴으면, 그 권익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빨리 새 방송을 세우는 것이 시급한 과업이 아닌가?
대주주 지분 초과 의혹에 대해서 방송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허가 추천을 해야 옳지 않나? 경인TV를 일단 허가 추천하고 스파이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나오고 나서 법률에 따라 제재를 가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허가 추천을 지연시킨다면 도대체 시청자의 볼 권리는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인가?
방송위원회에 정중히 요청한다. 빼앗아 간 지역방송을 하루 빨리 지역민에게 돌려 달라.
시청자를 위하겠다는 방송위원회의 진심을 정책으로 보여줄 때 시청자들은 방송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인정해 줄 것이다./오경환 인천경실련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