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국진 남인천고 교장
윤국진 남인천고 교장
'교육 이대로 좋은가?',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 신문이나 잡지, TV 대담에 등장하는 우리 교육에 대한 걱정과 염려는 지금 끊이지 않고 있다.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한국 교육은 1년 단위로 변화한다. 변화라는 것이 항상 나쁜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 이 변화라는 단어가 끼치는 해악은 무수히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나는 우리 교육에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에서 두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하나는 획일화된 평준화 교육을 접고 능력위주의 교육을 실시할 것을, 또 하나는 평생교육을 통한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을 통해 전문적인 자질을 개발,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우선 개성과 차별성을 무시한 평준화 교육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인성이나 교양 등 기본적인 인간교육은 외면한 채 성적만 중시하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크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002년 3월 전국 초·중·고교 교사·학생·학부모 5천495명을 대상으로 '학교교육 위기의 실태와 원인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고교생 36%가 학교교육이 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 한국의 교육은 많은 문제점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세계최고 경쟁력을 갖춘 싱가포르의 교육제도를 통해 한국교육제도의 해법을 찾고자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1998년 4월 노동부를 인력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21세기 인력개발 종합계획백서인 'Manpower 21'을 내놓았다. 싱가포르정부는 국민교육의 기본목표를 사회민주주의의 이상에 맞추었다. 즉, 교육을 통해 국민 개개인을 쓸모있는 국민으로 육성해 국가발전에 기꺼이 참여토록 하고, '쓸모없는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리시엔룽 수상은 "민중주의·획일적 평등주의의 환상에 사로잡혀 엘리트 교육을 포기하고, 교육의 평준화를 고집한다면 국가 열등화와 사회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해 결국은 망국(亡國)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국가생존차원의 정책에 따라 싱가포르 교육과정은 '걸러내기'로 알려진 우열반 편성을 위한 시험성적에 따라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급학교 진학 예정자와 예비 취업자로 구분된다. 초등교육은 4년의 기본과정과 2년의 적응과정으로 구분돼 있는데, 기본과정이 끝나는 4학년말에 싱가포르의 모든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국가에서 행하는 걸러내기 시험을 치르게 된다.
얼마전 고등학교 신입생 모집을 통해 학생들 성향을 살펴보니 성적이 하위권 학생들도 인문계로 진학하려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또 실업계 학생의 절반이상은 대학을 진학하고 있다. 대학만이 전부인가? 우리 교육에 또다른 방향은 바로 평생교육이다. '평생교육'은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을 통해 지적·도덕적인 잠재능력을 향상시켜주고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시설을 사회교육의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한다면, 교육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과 과정들은 변형돼야할 것이다.
첫째, 교육에 있어 연령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남인천중·고등학교의 경우에도 생활이 어려워 배움의 기회를 놓친 600명의 성인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상당수가 2년제·4년제 대학에 진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평범한 시민이지만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고 국가와 지역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인재로 양성된 것이다.
둘째, 교육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인식이 그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교육은 성공과 실패를 확실히 양분한다. 그러나 평생교육은 사회 구조 안에서 지속적인 학습으로, 실패는 단지 상대적인 것일 뿐이다. 또한 '평생교육'은 정통적인 교육보다 상당히 개개인의 독창성을 밝히고자 하는데 또 다른 큰 의의가 있다. 현재 교육은 이러한 개인의 특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평생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청소년의 미래는 바로 국가의 장래이다. 그러기에, 바람직한 학교교육의 시행은 곧 국가의 미래를 바로 세우는 과업이 되는 것이다. 올바른 공교육 확립으로 사교육의 폐해를 막고, 해외로만 빠져 나가는 유학생을 되돌려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제 2의 반기문 UN사무총장을 길러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