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균 인천향교 장의
남편은 새벽장사를 나갔다. 야채를 받아다가 골목골목을 누비며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팔아야하는 장사다. 깜깜한 새벽, 새댁 모르게 리어카를 끌고 나가서 무·배추 등을 중간상인에게서 도매로 받아 소비자에게 소매를 하는 것이다.
오늘따라 비가 오려나? 해 뜰 시간이 되었는데도 하늘은 시꺼멓다. 젊은 새댁은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빗방울이 후두둑 늦가을의 아침골목길에 비를 뿌린다. 충청도 시골에서 건강한 몸 하나 믿고 무작정 상경한 젊은 부부다.
부부는 이른 새벽 장사가 끝나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몸으로 하는 일을 찾아 부지런하게 일을 한다. 스레트로 달아낸 방 한 칸과 부엌의 백열등이 부엌바닥에 깔린 타일에 비쳐 환하기만 하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새댁의 가슴은 조여들고 이때 "엇따. 웬 비가 이리 오는 겨?" 물에 빠진 생쥐 꼴의 남편이 부엌문을 밀며 들어온다.
"아이고 어쩌나? 감기 들어요. 빨리 씻으세요" 남편은 부엌바닥에서 훌러덩 옷을 벗고 새댁이 틀어주는 수도꼭지 물을 받아 목욕을 한다. 밥사발 두개, 된장찌개 냄비, 김치 콩자반 올라있는 밥상은 밥상보에 예쁘게 덮여있다. "이렇게 장사가 잘되면 일 년이면 집 사겠다"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입고 환한 백열등 불빛아래 수저를 든 부부의 행복한 장면을 그린 어느 문학작품에서 읽은 행복한 장면 기억이다. 오욕의 시작이 먹는 것이다. 이 장면보다 더 행복한 먹는 순간의 행복은 없을 것이다.
광주리 장사를 하고 들어온 억척아줌마가 김치 한 가지 반찬으로 밥을 맛있게 먹던 모습이 생각난다. 유명 탤렌트의 연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모습을 보며 진정한 먹는 행복의 순간을 맛 본 기억이다.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행복의 기준을 재는 잣대의 기준이 된다는 생각이다.
인생사 마음먹기 나름이다. "하나를 잃었으면 둘을 잃었더라면…" 하고 생각해보자. 하나는 남아있는 것이다.
행과 불행의 그림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다. 인간 삶의 지표를 성현들의 말씀이나 대 철학자들의 사상에서 현실에 비유해본다.
요즘 사회의 단면을 보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가? 행복의 진정한 모양과 맛은 어떤 것일까? 색깔이 있을까? 등등 우스운 생각을 많이 해본다. 60년대 한국의 젊은이들이 살아온 세월과 작금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비교하며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사랑이요, 행복의 향유다. 우리는 이 토대 위에서 살아간다고 본다.
나눔과 봉사를 이시대의 지표로 내세우고 있다. 바로 나눔의 행복을 맛보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자원봉사센터의 회원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간다고 한다. 바로 자신의 행복을 봉사에서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물을 나누고 건강한 몸으로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고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회에 대한 봉사이고 홍익인간의 이념이다. 공직자는 민원인에게 최선을 다한 봉사를 하고, 민원인은 민원인대로 법과 질서를 지키며 규정을 따른다면 화평한 세상은 바로 우리들의 파라다이스가 되는 것이다.
화해와 행복의 메시지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를 떠올린다. 흔히들 쓰는 말이다. 나 자신부터 깨끗하고 나 자신부터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삼사일언'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세상은 살아볼만한 세상일 것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인면수심의 사람들이 야단들이지만 말이다.
행복의 조건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면 나부터 조용하자. 나부터 양보하자. '해불 양수'의 마음으로 '겸양지덕'의 자세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으며 오늘도 청명한 하늘은 한없이 넓게만 보일 것이다. 솜털 같은 뭉게구름사이로 훨훨 나는 상쾌한 삶의 진정한 행복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황금돼지 해를 맞는 우리의 꿈을 김치, 깍두기 맛있게 먹는 행복으로, 허허 웃는 행복으로 활짝 펼쳐보자./신중균 인천향교 장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