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국가청렴위원회 공보관
2002년-권력형 비리와 대통령 아들 구속, 총리 임명동의안 잇단 부결.
2003년-불법 대선자금비리, 대북송금 의혹 특검.
2004년-휴대전화 수능부정, 성매매 형사처벌.
2005년-줄기세포 논문 조작, 불법도청 X파일 공개.
2006년-사행성 게임 비리.
주요 신문사들이 지난 5년간 선정한 '올해의 10대뉴스'의 일부 제목이다. 부정부패 기사가 매년 10대뉴스에 2건(20%)씩 선정되다가 작년에는 1건(10%)으로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현상을 투영하는 언론의 게이트키핑 잣대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을 보면 '정치권뉴스'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금의 부패 여론동향을 보면 그 이유가 더 확연해진다. 지난달 산업연구원(KIET)의 보고서는 신뢰가 가장 낮은 집단으로 정치권을 지목했다. 반부패 국제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는 두달 전 '세계부패바로미터(GCB)' 보고서에서 응답자의 70%가 '부패가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부패방지 총괄기관인 국가청렴위원회(옛 부패방지위원회)도 지난 4월 중고생 1천명에게 부패발생 원인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49%가 '정치지도자들의 부패 탓'이라고 나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한국의 정치권 불신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물론 비정부기구(NGO) 사정기관 등 반부패 책임기구들은 국가청렴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재계·공공부문·시민단체 지도자들이 모여 투명사회협약(K-PACT)을 도출해 이행 중이고, 선거관련 금품을 수수하면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는 정치관계법을 제개정했다. 공공기관마다 기강확립을 위해 초강력행동강령도 제정시행하고 있다. 공직행동강령은 공직자들이 직무와 관련 일체의 금품수수를 금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공공기관의 금품 수수행태는 많이 사라졌다. 청렴위가 조사한 공직사회의 금품향응제공(율)은 100명당 2002년 4.1명(%), 2003년 3.5명, 2004년 1.5명, 2005년 0.9명에서 지난해엔 0.7명으로 감소했다.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신문사마다 매년 2건 이상 부패 기사를 10대뉴스에 올려놓았는데 지난해엔 단지 '사행성 게임장 비리' 1건에 그쳤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국제사회의 평가도 좋아졌다. TI연례보고서의 한국 청렴도(CPI)는 10점 만점 기준 2005년 5.0에서 지난해 5.1로, 0.1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청렴개선도 평균은 0.03점이다.
또 지난 1년간 유럽 최대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프랑스국영 라디오엥포, 신화통신 자매지 중국경제보(中國經濟報) 등에서 한국의 청렴제고 노력을 보도한 것도 예년에는 볼 수 없던 외신반응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태국 등에서는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반부패노하우를 얻기 위해 서울에 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한데 이어 한 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궁에서 양국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기술적 지원(technical assistance)'을 위한 부패방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02년 1월 청렴위가 출범되어 5년동안 진행한 청렴성 제고 노력의 성과가 곳곳에서 조금씩 노출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주할 일은 결코 아니다. 보다 더 속도를 내야 한다.
2007년은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다. 벽두부터 정치 혼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거부정을 막는 초강력 정치관계법이 제정돼 있다. 그러나 그 주체들이 안 지킨다면 만사가 허사다.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부귀영화를 인도했던 글래드 스톤 총리는 "부패는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고 했다. '계단청소는 윗계단부터'란 독일 속담도 있다. 올해는 정치권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곳곳에서 솔선하는 미담사례가 많아지고 국가청렴도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청렴 선진국 대열에 바짝 다가서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김덕만 국가청렴위원회 공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