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부국강병 정책을 내세우지 않는 나라는 없다. 경제적인 풍요를 이뤄야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할 것이요 잘 훈련된 군인들이 많아야 나라가 반석위에 올라설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를 운영해 나가는 사람의 뜻이 문화와 예술방면을 더 중요시할 때도 있었고 무력과 안보에 치중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군은 국가를 지키는 제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文)과 무(武)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일은 정부운영의 제일 요체라 할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게 되면 국정은 어지럽고 권위는 손상된다.
국민들의 개병제(皆兵制)에 대한 의식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 나서기도 어렵고 아들이 병역기피를 했다는 의심만 받아도 당선하기가 쉽지 않다.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도 '병역기피' 소리만 들으면 끝장이다. 그러면서도 군 입대를 싫어하거나 주저하는 풍조가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그래서 병역면제자는 '신의 아들'이라고 부러워하고 공익요원 근무자는 '사람의 아들'로 쳐주며 현역 입영자는 '어둠의 자식'이라고 비하한다는 말도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군 복무 단축과 관련하여 "군대에서 몇 년씩 썩지 않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기꺼이 '썩으려고' 하겠는가. 군 복무기간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의 경우 육군을 기준으로 하면 2년이다. 2년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짧아졌다. 군 복무기간은 수급에 따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6개월 내'에서 조절할 수 있다고 하니 실정에 따라 단축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정치목적'에 의해서 결정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에서 필요한 병역자원이 계속적으로 넘쳐난다면 복무기간을 단축시켜 충원의 적정선을 유지해야 하지만 어느 시기에 가면 모자랄 수도 있다. 이번 청와대의 발표이후 국방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병무청은 "내년도 병역자원이 2만명 부족하다"고 밝히면서 2009년~13년에는 주춤하다가 2014년 이후에는 병역자원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의 상식을 얘기하자면 군 복무기간은 짧을수록 좋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군 복무 1년만 해도 육체적 훈련과 정신적 정훈을 통해서 군인으로서의 책무를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1년마다 새로운 충원으로 대체하면 병영생활도 밝아지고 활기에 넘치는 젊은이들의 광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병역자원의 계속적인 공급이 가능할 만큼 숫자가 많아야 한다. 전쟁의 위험이 전혀 없어 60만을 30만으로 대폭 축소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앞으로 50만까지 줄일 예정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복무기간 대폭단축은 어려울 것이다. 특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종교적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자와 국위선양 등으로 면제되는 자 그리고 이민 등을 이유로 병역을 기술적으로 빠져나가는 자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 하에서 군 복무단축은 평지풍파다.
더구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각 진영에서는 표가 될 수 있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 발분망식하고 있다. 청와대 발표만 믿고 여권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지도 모르며 후보마다 "나도, 나도"하고 나설 수 있을 것이니 자칫 현행제도를 고집하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이다. 병역문제가 선거 이슈로 변하면 나라 기강은 당장 무너진다.
군의 사기가 충만해야 국가의 간성으로 '부모님을 단잠에 들게 할 것' 아닌가. 쓸데 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킨 청와대가 정확한 입장을 밝혀 사회적 혼란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전대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