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장-배준영 한국항만경제학회 이사우련통운(주) 전무
분주한 선석 주위에는 쇠가죽과 쌀이 마치 작은 동산처럼 쌓여 있다. 옆에서 땀흘리며 일하고 있는 노무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화평동 화도진 도서관 3층, 빛바랜 사진 속에서 만날 수 있는 1883년 개항 당시 인천항의 모습이다.
그로부터 120년이 더 지난 현재, 인천항은 우리 인천에 있어서 어떤 의미일까?
올해 발간된 인천항만공사(IPA)의 자료에 따르면 인천항에 관련된 종사원은 인천 전체 경제인구의 약 11.9%를 차지하고, 인천항이 만드는 부가가치는 인천 경제 전체 부가기치의 39.4%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인천항이 시민들 더 나아가 정부의 관심을 받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 것 같다.
정부의 부산과 광양을 중심으로 한 Two-Port 정책과, 수도권 억제정책 때문에 인천항은 항상 변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광양항의 환적항으로써의 성장동력은, 상하이에 양산항이 생기고 발해만의 톈진 경제특구가 동북아 물류를 흡수하고 있는 동안, 또 홍콩과 싱가포르에 200여 개 해운업체가 몰리는 동안 점점 꺼져가고 있다.
정부도 두 항을 축으로 한 동북아 물류중심 구상보다 오히려 베트남, 인도로의 진출을 서두르는 실정이다.
이제 인천만이 대안이다.
인천은 세계의 공장 중국과 가깝고, 국내 최대 산업집적지인 수도권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천항 발전을 위한 해법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하나는, 전통적으로 70% 이상의 인천항 물동량을 차지해 온 벌크 화물 마케팅에도 계속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항만은 종류에 관계없이 짐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어야 한다.
물론 틀림없이 계속 많이 늘겠지만, 현재 인천항의 컨테이너 증가가 135만 TEU를 변곡점으로 해 하방 경직성을 보이기도 하고, 여객선도 신규 항공노선 취항 및 항공료 인하 등의 요인으로 한때 이용객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고도 있다.
반면, 이번 달 국제물류연구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재래화물의 물류 부가가치가 컨테이너의 3~4배에 달한다는 발표도 나왔다. 관문도시로써 일본의 요코하마와 함께 인천항의 벤치마킹 대상인 중국 톈진 역시 종류에 상관없이 2006년 물동량 목표를 2억t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IPA가 최근의 일본 포트세일즈에서 세계 최대규모 벌크선사인 MOL에 찾아간 것은 참 고무적인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정말 인천신항의 조속한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항만경제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서 2005년도 60만 건의 컨테이너 수출에 관한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물량의 78%가 멀리 부산까지 가서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평택항은 2020년까지 97개 선석 건설을 목표로 인천의 대안 항구를 자처하며 무섭게 크고 있다.
인천신항은 1단계 2015년까지 컨테이너전용 13선석, 잡화부두 4선석 및 배후부지 약 75만 평이 개발되고, 2단계로 2020년까지 총 30선석, 289만 평이 개발될 예정이다. 기획예산처 2003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인천신항의 생산 유발효과는 3천억 원, 임금 유발효과는 6천2백억 원, 고용 유발효과는 4만3천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항만 건설을 규정하는 해양수산부의 전국무역항기본계획이 아직 나오지는 않은 상태지만, 물동량 추정을 외국처럼 단순히 '선형 회귀분석모형' 정도의 모델만 쓰는 게 아니라 정교한 상황논리와 명제를 개입시키면 인천신항은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의 모든 여론과 역량을 결집할 수 있도록 하는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아무쪼록 27일 서울에서 있을 선사·화주 대상 인천항 설명회에서도 이런 미래의 청사진이 잘 투영되기를 기대해 본다./배준영 한국항만경제학회 이사우련통운(주)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