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김청규 전 인천 부마초등학교장
얼마 전 필자는 모 신문에서 '미국 기업들 치료비 드릴테니 인도병원 가보세요'라는 기사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미국'하면 우선 연상되는 것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 중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이며 경제, 과학, 교육, 문화,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톱' 위치를 점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의료부문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 재벌 총수가 지병인 심장 치료를 받기 위해서 수시로 찾는 곳이 미국이 아니던가!
"미국 기업들이 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의료시설을 이용해 시술을 받는 이른바 의료 아웃소싱이 급속하게 확산 중이며 이로 인해 인도 '아폴로'병원과 태국의 '범릉랏'병원 등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환자들을 받기 위하여 선진국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도 크게 강화 중"이라는 기사내용은 필자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가 정말로 빠르게 글로벌화 되고 있다는 사실은 차지하고라도 우리나라보다 GDP가 낮다고 생각하던 동남아 국가들의 의료기술이 미국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 선진 국가들은 이미 70년대부터 공해가 심한 굴뚝 공장과 생산시설들을 인건비가 낮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동남아 국가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서비스업까지 후발국들에게 적극적인 아웃소싱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던 새로운 사실이다.
근자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이 '창조적 인간'을 기를 수 있게 교육시스템을 뿌리째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중국의 '푸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손바닥만한 작은 땅덩어리에 부존자원마저 전무한 우리 후대들이 세계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로지 교육패러다임의 혁신밖에 없음이 자명함에도 나라 돌아가는 사정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본질적인 개혁 논의보다는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지는 부수적인 문제로 교육주체들 간에 이전투구(泥田鬪狗)만을 보이고 있으니 정말 우리 후대가 염려된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정부(25마일)와 학교(10마일)는 느린 속도로 오히려 변화를 방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니 말이다.
지식 정보화시대라고 일컫는 작금에 한 사람(교사)의 어설픈 지식만으로 걸출한 '세계인'을 양성하는 데는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 참에 선진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웃소싱'기법을 일선학교뿐만 아니라 교육 모든 기관에 도입함이 어떨는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2002년 세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축구명장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여 우리나라 대표 축구팀이 세계 4강을 달성한 신화가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교육환경은 해방 이후, 하드(hard)측면에서 나름대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실에는 석탄난로 대신에 온·냉풍기가, 라디오 카세트 대신에 PC와 TV가 갖춰져 있고 웬만한 학교에는 첨단 복사기와 플러터가 설치되어 있다. 학생들의 몫이었던 화장실 청소와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하던 일·숙직도 인력용역업체가 대행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에 대한 교육소비자들의 신뢰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 아니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하지 않던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해외유학 붐은 개인 또는 가정이나 국가적으로 보아 그 폐해가 이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특별자치 주인 제주도에서 영어마을 조성 및 학교(2년제 과정)를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또 초·중학생들의 다양화된 특기 적성계발을 위하여 국악, 연극, 무용,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 걸쳐 교육진흥원에서 예술 강사 지원사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교육조치로 받아들이고 싶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역대 노벨 수상자를 초빙교수로 맞아들이겠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기존 교육상식과 관행에 안주하려고 해도 거세게 밀려오는 조류는 더 이상 피할 수가 없다.
'닭의 머리를 비틀어도 새벽은 다가오는 것'이 우주의 조화이기 때문에…./김청규 전 인천 부마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