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럼-최병관 사진가
며칠 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간한 (미래의 직업세계 2007) 170개 직업별 만족도 순위에서 사진작가를 1위에 선정했다. 방송을 보면서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케 했다. 필자가 사진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고향에서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을 했다. 그로인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며 죄인처럼 사진공부를 해야 했으니 지난 세월이 감회가 클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돈 한 푼 아끼려고 요즘 세상에 그 흔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다. 멀건 김치죽으로 끼니를 때우시면서 땅뙈기를 장만해 자식들에게 몽땅 물려주었건만 싸움질이나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부모님은 이 추운 겨울, 땅 속에서 대성통곡이나 안 하시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사진인구는 한국사진작가협회(이하 한사협) 회원과 동아리를 포함하여 등록된 인구만 500여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미등록자와 휴대폰 카메라 사용자를 포함하면 인구의 대부분이 사진에 관심이 있는 셈이다. 지난달 예술의전당 세계사진역사전 개막식에서 모 일간지 부사장이 '사진이 없는 신문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한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사진이 현대문명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진이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할 무렵 사진가들이 작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얼마나 홀대를 받았으면 스스로 사진작가라고 했을까? 서글픈 오래전의 이야기다. 금년 봄 뉴욕에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 1점이 20억 원에 팔려 나갔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수억 원에 거래되는 사진들은 부지기수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 사진가의 작품이 오천만 원에서부터 일억 원에 팔려나갔다는 보도를 종종 볼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일본이 2차대전당시 광학기술의 선구자였던 독일에 스파이를 보내서 광학기술을 훔쳐와 빠르게 발전시켰다. 그중에서도 카메라와 사진관련 용품을 개발해서 그 물건들을 팔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사진인구를 급속히 양산했다. 그러다보니 일본의 사진공모전은 사진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유럽에 비해서 예술성 보다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성장되었다. 일본이 사진관련 상품들을 제일 많이 수출하는 나라임에도, 정작 사진 값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터무니없이 쌀 뿐만 아니라 그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안타깝게도 한사협이 무작정 일본을 따라간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 그 예가 우리나라처럼 사진 한두 점으로 평가 하는 사진공모전이 그렇게 많은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카메라를 비롯해서 사진관련 제품들은 일본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한사협이 일본의 사진관련 회사들만 성장시켜준 꼴이 된 셈이 아닐까? 사진의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쪽에서는 개인전시, 사진책 발간, 주제별 포토폴리오를 요구하여 작가의 우수성을 세세히 검증한다. 아울러 예술가, 교육자, 예술행정가, 평론가로 엄격하게 분류한다.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정비는 정비사가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작가는 오직 작품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으며 인정받는 사진가가 되면 부와 명예가 따른다. 사진의 특성상 한두 점에 작가의 모든 예술가적 감성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제별 포토폴리오 구성을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술가적 기질이 뛰어난 우리 민족이 세계적인 사진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한사협의 잘못된 사진정책에 그 원인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이제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린아이들까지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울러 사진의 예술성은 물론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수적 요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의 사진계가 매우 안타깝다. 사소한 일에 집착을 하다보면 큰 일을 할 수 없으며, 우물 안의 개구리는 더 멋진 세상으로 뛸 수가 없다. 굳이 사진작가라고 안 해도 작가로 당당하게 인정받는 세월이다. 인천광역시에서는 '국제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할 일이다. 인천사진작가협회에서도 마음을 활짝 열고 인천이 21세기 사진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큰 틀을 짜는 준비가 필요하다./최병관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