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보건복지부가 '의료산업선진화 위원회'를 열어 민영의료보험 개편방안을 본격 추진하면서 민영의료보험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민영의료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민영의료보험을 말살하려는 정책" 또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의사표현과 이에 따른 행동의 자유를 막는 것" 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국민의 선택권마저 박탈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보험업계의 이러한 주장엔 정작 이해당사자인 국민의 권리와 건강권에 대한 내용은 없다. 오히려 법정 본인부담금의 객관적인 필요성을 간과한 채 시장논리에 의한 주장만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규모에 비해 민영보험이 많이 발달한 나라이다.
민간보험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명보험의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국민 총생산에서 민간 생명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4위라는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웬만한 가정에서는 민영보험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 게 우리 한국이다.
여기서 우리가 전 국민에게 실시하고 있는 건강보험을 가입하고도, 경제적 부담을 안고 민영보험에 가입해야만 하는 이유는 사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민영의료보험가입의 필요성이 적어진다. 암 등 중증 질환자에 대한 본인부담율이 10%로 내려가자 암보험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80%까지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중이다.
하지만 민영의료보험에서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어려워진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의 법정 본인부담금은 보건의료정책차원에서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에게 비용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에 따라 법정 본인부담금은 불필요한 진료를 억제함으로써 전체 의료비 지출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공보험의 재정을 건전화하여, 보험료인상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기 위한 기초수단이며 동시에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의 수단이다.
그 구체적인 예로 MRI의 급여화, 암·뇌혈관질환·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에 대한 법정 본인부담금의 인하, 6세미만 아동의 병원 입원진료에 대한 법정 본인부담금 면제, 식대의 급여화 등이 이러한 노력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추진되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는 급여 종류와 범위의 확대, 법정 본인부담금의 인하를 통해 실시될 것이다. 하지만 민영의료보험에서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어려워진다. 법정본인부담금은 우리사회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예방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최소한의 공익적 조치인 것이다.
적어도 큰병이 걸려도 돈 걱정 없이 모든 국민의 빈부의 차이와 상관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게 올바른 길이다./백경종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남동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