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이곳 목상동 솔밭에서 밤을 보낸 지 9일이 지나 10일째가 되었습니다. 내가 있는 오두막의 아침풍경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이른 아침부터 박새와 곤줄박이, 딱따구리 등 이곳이 삶터인 산새들의 아침준비로 곳곳에서는 딱딱딱 부리로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리고, 더 맛있는 솔방울 열매를 차지하기 위한 청솔모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분주하게 시작되곤 합니다.
그냥 등산객으로 이곳을 찾을 때는 보지 못했던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생명의 공간임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입니다. 어느새 내가 있는 오두막도 그들의 공간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지 손에 닿을 듯 아주 가까이 날아와서 아침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나풀나풀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듯 제 몸을 바람에 맡긴 체 날개를 빙그르르 돌며 떨어지는 솔씨의 모습입니다.
씨앗! 씨앗은 생명의 근원이지요. 이곳 솔밭에 빽빽하게 자리 잡은 소나무들이 그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입니다.
사람들이 눈으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그 시간동안 이렇게 자연은 그들의 터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엔 하루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자리 깔고 둘러앉아 배낭에 짊어지고 온갖 음식들을 꺼내어 한참은 웃고 떠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쉬었다 갑니다.
운동하러 나온 분들은 열심히 걷고 난 뒤 땀을 식히며 솔밭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서서 맨손체조 등으로 몸을 풀기도 합니다.
그렇게 이곳 솔밭을 찾는 사람들 눈에 이전에 없던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오나 봅니다. 바로 나와 내가 살고 있는 나무 위 오두막입니다. 찬찬히 현수막을 읽어 보시며 "골프장 반대네~" "그런데 왜 여기서 저런데?". 그 쯤 되면 내가 이야기를 해드리죠. "지금 계신 곳이 골프장 중심지가 되는 지역이에요. 바로 앞에 보이는 산(말등메이산, 168m)의 경우 50~80m 이상이 깎이게 되요". "으메~ 저쪽인줄 알았는데 거기가 아니고 여기여? 안되지. 여기 하나밖에 없는데. 무슨 여기에 골프장을 짓겠데! 안되지 난 반대야 반대!" 이곳을 찾는 많은 분들이 계양산 자락에 골프장을 지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정확한 장소와 골프장이 생기는 곳이 지금 이렇게 휴식을 취하는 우리들의 공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많은 매스컴을 통해 알다시피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롯데측이나 관리인에게는 사유지에 불법으로 나무위에 집을 짓고 시위를 하는 것이 심기가 많이 불편할 것입니다.
그에 따른 불미스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나무위 시위로 인해 이렇게 사람들에게 '계양산 롯데골프장' 건설문제를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문제로 깊이 느낄 수 있게 했다는 것에 내가 나무위에 올라온 것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여론은 아쉽게도 여기까지 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자기들의 환경권을 찾고자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 관련위원들에게 혹은 인천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세워 주길 바랍니다. 한분 의견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공간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목상동 소나무 숲을 찾을 때 이곳의 주인은 바로 시민 여러분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곳곳에서는 새의 지저귐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다시금 이 소중한 공간이 그대로 남아야한다는 다짐을 합니다./신정은 인천녹색연합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