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숙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 과장
한때 80년대 이후로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패스트푸드(fast food)와 반대되는 슬로우푸드(slow food)가 요즘은 인기라고 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원료로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김치, 한과, 떡, 장류와 같은 전통 먹거리인 슬로우푸드는 패스트푸드의 부작용이 문제가 되면서 점차 생활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그러나 바쁜 생활속에서 도시민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농촌에서는 전통음식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소득을 높이고 도시민들은 간편하게 전통음식을 사먹을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옛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때와 시절을 맞추어 몸에 유익한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서로 나눠먹음으로써 영양을 보충하고 상부상조하는 공동체 생활을 다져왔다.
사계절 자연의 영향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향토음식은 계절과 지방의 독특한 색채가 함께 어우러진 자연식이라 할 수 있다. 고장의 풍토와 계절에 맞는 식품을 생산하여 이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 즐겨먹어 왔다는 사실은, 요즈음의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단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만드는 방법이 까다롭고 여러 차례의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딸이나 며느리,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사라질 위험에 접해있다.
최근 들어 슬로우 푸드의 인기와 더불어 많은 이들이 우리 고유의 향토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데 마땅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보가 부족해 아쉬워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민들에게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으로 농촌의 깨끗한 공기와 물로 생산된 전통식품을 제공하고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01년부터 '향토음식 맥잇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1990년부터 추진한 농촌여성일감갖기사업장이 현재까지 800여개로 농촌의 좋은 공기와 물, 여기에 여성농업인의 정성이 함께 어우러져 좋은 전통음식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농촌일감갖기 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는 이러한 제품들은 농촌의 깨끗한 물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농촌여성들이 정성어린 손맛과 전통적인 제조기법으로 맛을 살린 제품들이다.
또한 농촌을 체험하고자 찾아오는 도시민들에게는 향토음식 체험장도 설치하고 있는데 농촌관광이 늘면서 전통식품을 농촌관광의 체험거리로 발전시켜 도시민들이 농촌에 와서 무공해 채소를 직접 보고 사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직접 만들어 먹는 3차원적인 기쁨을 제공하고 있다.
전통음식은 조상의 얼과 정신이 깃들어 있는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면서 오랜시간 체험을 통해 우리 민족의 체질에 맞는 역사적 자원으로 현대에 이르러선 그 과학성과 기호의 우수성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식생활의 서구화와 무분별한 외식산업의 발전은 향토음식의 역사적·문화적·지역적 특성의 상실을 초래하고 있으며, 성인병의 증가, 농산물 수입 증대 등 폐해를 만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산업화 시대와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식생활개선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전통음식의 가치를 증대하고 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농촌의 지역단위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통음식의 맥을 잇기 위한 노력과 확산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우리의 전통식품이 가지고 있는 우수성과 그 속에 숨어있는 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