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국가청렴위원회공보관/언론학 박사
김덕만 국가청렴위원회공보관
언론학 박사
'뇌물은 시바신보다 힘이 세다'
어느 작가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정리한 책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이 작가는 인도를 여행하다가 기차표를 못 구하자 역무원에게 50루피(약 1천500원)의 뇌물을 주었더니 조금전만 해도 '시바신이 내려와도 표가 없다'던 역무원은 기차표를 내주더라는 것.
인도의 주신인 시바신도 못 구한다는 표를 구했으니 뇌물이 시바신보다 강하다는 비유다.
뇌물 문제와 관련, 이 달초 세계적인 반부패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뇌물공여지수(BPI)는 한국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어느 정도 건전성과 윤리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지를 나름대로 보여주는 근거의 하나다.
뇌물공여지수는 세계 125개국 중견기업인 1만1232명을 대상으로 우편과 인터넷을 이용해 세계 수출 주도국 30개국 기업이 해외 활동시에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의 여부와 현지 기업·정부에 뇌물을 주었는지 여부를 설문조사한 것이다
올해 한국 기업의 뇌물공여지수는 10점 만점 기준에 5.8점으로 조사대상 국가 30개국 중 21위에 올라 있다. 30개 국가를 4개 등급으로 분류하면 한국은 홍콩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과 하위그룹이고, 대만 인도 중국 러시아 터키 등은 최하위그룹에 포함됐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의 뇌물공여지수가 6.7점, 저소득 국가에서는 5.2점을 기록해 OECD 국가에서는 뇌물을 덜 주고, 저소득 국가에서는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뇌물에 더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해외에서 여전히 뇌물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행히도 아시아 지역에서 순위상 일본(11위) 싱가포르(12위) 홍콩(18위)에 이어 네 번째로, 2002년 한국보다 다소 앞섰던 대만(26위)과 말레이시아(25위)를 4~5단계 앞질렀다는 점이다. 대만과 말레이시아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는 한국보다 매년 앞서 있었다. 점수 및 개선도에서도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2002년 발표 대비 0.5-1.8 개선됐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1.9점이나 개선됐다.
미증이나마 개선된 배경에는 정부의 다각적인 캠페인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방법 제정, 청렴위원회 출범 등 정책적인 노력과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투명사회협약(K-PACT) 등을 빼 놓을 수 없다. 정부의 엄격한 법적용과 집행 및 기업의 자정노력, 국회의 유엔 반부패협약 비준 등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들이 다소나마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청렴선진국에 진입하기에는 요원하다는 점을 지울 수 없는 부정부패 사례들이 적잖이 드러나고 있다. 각종 설문에서는 건설건축 비리가 제일 많이 나타나고 있고 법조와 교육 분야 역시 부정부패가 적지 않은 곳이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에도 어김없이 발생한 소방 경찰 등의 인허가 과정의 뇌물 수수사례들도 있다. 이런 것이 국가 청렴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아무리 좋은 부패통제 제도와 지도감독이 이뤄진들 공과 사를 구분할 줄 모르고 내배만 불리겠다는 탐관오리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부패없는 국가, 깨끗한 사회 건설'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공공기관이든 기업이든 부패 유발요인을 없애기 위해 긴장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