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규 전 인천 부마초교장
 최근 '교원평가제'시행을 놓고 이를 추진하는 정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일부 교직단체와의 물리적 충돌양상 마저 보이고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우주 삼라만상에서 '평가'로부터 라는 자유로운 것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식탁에 매일 오르는 식 자료인 쌀도 유기농 공법으로 지은 '특등' 쌀이 있는가 하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서 지은 '일반미'로 가격차가 엄청나다. 또 땅이나 집 같은 부동산도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어머니 뱃속에서 갓 태어 난 영아는 출산 당시의 몸무게에 따라 우량아, 정상아, 또는 '미숙아'라는 꼬리표가 일정기간 따라 다닌다. 어디 이뿐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후대로부터 준엄한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인간은 어차피 평가를 받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고 말한 학자도 있다.
 요즘 기업을 눈여겨보면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여 기업에서 꼭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를 뽑는 기업이 잘 나간다. 이런 기업일수록 채용한 사원들의 능력계발을 고양시키기 위해 부단히 평가하고 환류(피이드-백)를 시도한다. 하물며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미래의 국가 동량을 키우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교육자들이 과연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
 일전에 미국 LA에 사는 대학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교육문제로 화두가 옮겨진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일정 주기로 계약직으로 교원(학교장, 교사)을 임용하며 학생들의 학력향상 진전 도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또한 교원들은 동·하계휴가 중에는 자기계발을 위해서 끊임없이 연수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이미 교원평가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취임한 '아베' 총리는 교사 면허를 10년 주기로 갱신하고 모든 학교가 반드시 외부평가를 받게 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기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주는 시사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소위 글로벌 시대의 무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차원에서 교육개혁과 더불어 교원평가를 이미 시행하거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학교 또는 교원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평가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학교경영의 모든 책무를 수임하고 있는 학교장은 교육청의 학교 평가를 통해서 그리고 교감을 비롯한 교사들은 근무평정이라는 명목하에 싫든 좋든 해마다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대다수 교사들은 학교 관리직(교장, 교감) 독심에 의한 '근평'에 항상 불만스러워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새로 도입하고자 하는 '교원 평가제'는 지금까지 시행돼 온 교원 평가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교육력을 증대시켜 보겠다는 의지로 받아드린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본래 교육(敎育)이란 단어에는 변화(變化)를 기본 가치로 하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모를 리 없건만, 자신의 교육행위를 통하여 피 교육자들이 바람직한 행동으로 변화하기를 희구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새로운 변화를 기피하거나 또는 기존 교육상식이나 관행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은 교육자들이 있다는데, 일종의 상실감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이 소리만 요란하고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까닭이 '염불에는 맘이 없고 젯밥에만 신경 쓰는' 이중자적 행태가 오히려 교육현장의 갈등을 부추기고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라고 해석한다면 필자의 소아병적 증후군 탓일까!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이 말은 귀가 닳도록 들어서 진부하게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후대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가슴에 항상 담아두고 음미해야 할 명언이라고 생각되기에 다시 한번 인용한다.  / 김청규 <전 인천 부마초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