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인천시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
검찰에 의해 파헤쳐진 공무원 비리 사건들 가운데 하위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재개발 사업에 따른 비리와 각종 인허가 업무와 관련해 검은돈을 챙겨 치부한 이들중 상당수가 하급 공무원이 주도해 비리를 꾀한 경우도 있었고 상급자가 비리를 저지르는데 하급자가 실무를 챙겨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에선 높은 직급, 심지어 대통령과 장차관에 의해 저질러진 초대형 부정비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하급 공무원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특히 지방행정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하위직 공무원의 역할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사안의 골격을 잡고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대부분 하위직 공무원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서비스를 포함한 전체적인 기획안이 완성되는 것도 대개 하위직 선에서 이루어 진다고 보아진다. 이때부터 결재 서류는 팀장 윗선, 즉 사무관-서기관-부이사관-이사관등의 의사결정 라인을 따라 올라가지만 윗선에서 하위직 공무원의 기획에 칼질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해당 사안의 실무를 가장 훤히 아는 사람이 하위직 공무원이고 또한 아무리 상급자라 하더라도 하위직 의견에 사사건건 토를 달아서는 순탄하게 공직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보아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 국민들은 우리나라 행정을 '주사행정'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부자 몸조심 한다'는 말이 있듯이 상당수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곧잘 이와는 정반대로 엄살을 부린다. "돈도 없고 힘도 없다"라는 자조섞인 불평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돈이란 예산을 뜻하며 힘이란 법령에 의해 부여 받은 권한을 뜻함을 쉽사리 알 수 있다. 하지만 하위직 공무원들이 이렇게 엄살을 섞어 말하는 것은 어쩌면 법령과 예산의 뒤켠에서 도피처를 ●는 방편일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든다.
과거 예를 보면 "규정이 없다, 예산이 없다, 전례가 없다"는 '3無주의'가 국민을 골탕먹이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면제부를 주어온 것은 물론 복지부동한 하위직 공무원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예산을 편법으로 전용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행정에서 하위직 공직자가 갖고 있는 이같은 모순되는 가치관과 이중 잣대는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행정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은 주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과거 국민을 골탕먹였던 3無주의를 거꾸로 적용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비리의 유혹을 뿌리치며, 윗선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서 원칙으로 복지부동 한다면 공직 비리 대부분은 발 붙일 곳을 잃을 것으로 본다.
법령에 "할수 있다"와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중 공직자는 "할수 있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해주지않고 있다고 한다. "할수 있다"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여주면 속된 말로 다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한다. 준칙을 근거로 발상을 하고 재원의 틀속에 갇혀 있는 한 행정과 지방자치는 발전되기 어렵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법령과 예산이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일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주민들의 꿈과 미래, 불만과 욕구 그리고 갈등이 있기 때문에 행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모자라는 것은 돈과 힘이 아니라 의욕과 창의성이라고 본다.
부디 하위직 공무원은 창의성을 발휘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무원상을 실현하길 기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