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전대열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전 세계의 희망을 뒤로 하고 북한은 예고한대로 핵실험을 강행하고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경고를 외면하고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은 이제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되었다. 햇볕정책으로 물량공세를 펴며 북한을 다독거리는데 주력했던 한국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사실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을 장식한 폭탄은 원자탄이다. 독일, 이태리, 일본 등 소위 주축국 중에서 독일과 이태리는 이미 연합군에 항복했지만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일본은 미국과의 최후결전을 다짐하고 있었다. 진주만 기습으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전열을 가다듬은 미국은 바야흐로 일본의 목을 죄어들었다. 사이판과 괌을 빼앗기며 전쟁의 양상은 일본의 패망으로 가고 있었지만 도조 히데키를 중심으로 한 군국주의 일본은 항전을 부르짖었다. 마침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방의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전대미문의 강력한 폭탄이 제조되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단 한번의 폭발로 수십만이 목숨을 잃고 투하지점으로부터 직경 수십리가 폐허로 변했다. 당장 생명을 유지한 모든 생물들이 두고두고 후유증에 시달렸다. 도저히 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재촉했다. 전쟁은 끝나고 비참하기 짝이 없는 패전국의 모습만이 부각되었다.
그로부터 60년이 더 흘렀다. 오직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었던 원자탄을 이제는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동승자가 된 셈이다. 핵폭탄의 운반수단도 B29와 같은 폭격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6천km를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이 개발된 지 오래다. 폭발의 위력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된다. 50배, 100배의 폭발력이라고 하니 가공스러울 뿐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휴거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지만 핵폭탄 몇 개만 터지면 인류는 멸망하고 지구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그래서 6·25전쟁에서도 원자탄은 쓰지 못했고 이스라엘과 이슬람의 전쟁이 터져도 원자탄만은 피하고 있다. 그래도 어느 나라고 기회만 있으면 원자탄을 갖고 싶어한다. 적대국으로부터의 위협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북한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핵실험 성공을 발표하면서 아시아의 평화에 공헌할 것이라는 상투적인 명분을 내세웠다.
미국을 적대시하는 이라크, 이란, 리비아 등이 핵개발을 서둘렀지만 이라크는 선제공격을 당해 와해된지 오래고 리비아는 스스로 포기했으며 아직도 이란은 핵 제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 역시 핵 개발사업에 뛰어든지 오래다. 제네바 협상으로 많은 대가를 받고 핵 개발 중지를 선언했지만 IAEA에서 탈퇴한 후 잇따라 핵 보유를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핵실험에 성공했다. 더구나 장거리 미사일로 운반수단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미국의 자제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국무장관 라이스와 국방장관 럼즈펠드가 뭐라고 경고했는가. "만약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지금까지 살던 것과는 전연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 이보다 더 무서운 협박이 어디 있겠는가. 전쟁을 의미한다. 북한을 때릴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그들은 9·11테러를 당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테러단체에 핵이 유입되는 일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그 동안 무기를 팔아왔다. 북한인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기왕에 개발한 핵폭탄을 팔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원자탄이 테러단체에 넘겨지는 그 날 미국의 운명은 어긋날 수도 있다. 한국의 햇볕정책은 이미 존재가치를 상실했다. 미국의 선택은 매우 어렵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한없이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쟁 위험은 점점 높아만 갈 것이다. 여야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