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4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창단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시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펼쳐졌다. 그런데 웬일인지 공연이 끝나자마자 연일 인천이 시끄럽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국제적인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공연치고는 기대에 미흡했다는 것과, 4년간 100억 원이라는 거액의 공연료를 어떤 근거로 책정했는지, 정작 인천의 예술인들에게는 쥐꼬리만한 문예진흥기금 명목으로 생색내면서 '정명훈'씨에게는 선 듯 거액을 내놓은 인천시에 비판의 여론이 높다. 게다가 의문이 꼬리를 물고 불신의 골이 점점 깊어가기 때문에 '정명훈'씨에게 지불하기로 한 공연료에 관해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함께 '인천&아츠'의 운영방식을 합리적으로 재검토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정명훈'과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4년의 계약기간 동안에 얼마만큼 인천을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격상시켜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노출된 문제점에 관해서 공연을 관람했던 관객들의 여론과 필자의 견해를 정리해보았다.
첫째, 크게 기대했던 공연치고는 지휘자와 단원들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예술가의 열정과 혼이 빠져버린 공연이었다는 것이며, 첫 공연부터 실망을 안겨준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인천&아츠'가 엄청난 금액을 지불해가면서 오직 '정명훈'이라는 카드 하나만으로 단기간에 인천을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격상시킬 수 있느냐 하는 우려가 든다. 더욱 궁금한 것은 거물급 지휘자의 공연에 비해 객석에서 외국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지휘자와 단원들은 초긴장상태에서 시계의 초침소리조차 공연에 지장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안상수' 시장이 불쑥 무대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얼마 후 다시 무대에 나와서 인사말과 함께 객석에 앉아 있는 정치인 몇 사람을 소개했다. 거금을 지원한 단체장으로써 한 마디쯤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혹자는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이 국제도시로 발돋음 하기 위해 정성을 쏟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그 행동은 부적절 했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공연이 끝난 후 '정명훈'씨가 객석에 앉아있는 시장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감사의 말로 대신했으면 공연의 모양새가 좋았을 뿐더러 '안상수' 시장이 더 돋보였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은 열심히 하되 앞에 나서지 않는 겸손함, 공적은 되돌려 주는 소박한 시장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셋째, 보편적으로 관객들은 공연시작 10분전에 입장을 완료해야 하지만 공연시간이 임박해서 여기저기 불쑥 불쑥 오가는 관객들로 인해 혼란스러움은 물론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공연 중에 휴대폰의 진동소리와 말소리가 가끔씩 들려오는 진풍경을 시민들이 스스로 연출했다. 그런 사사로운 문제들이 하루속히 변화해야만 인천이 문화도시로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문화예술단체들도 각성을 해야 한다. 시에서 지원하는 기금에만 관심이 쏠릴 뿐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에 관해서 진정으로 심도 있는 고민을 해보았는가 묻고 싶다. 거대 조직의 예술단체들이 예술가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얼마만큼이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마에스트로 정명훈'씨가 이끄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인천이 문화도시로 비상하는데 미치는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해도, 앞서 지적한 내용들을 시기심에서 나타난 불순한 비판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수년 전 권력의 2인자인 P씨가 서울의 모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무대 인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을 극단에서 정중히 거절했다. 공연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였다. 필자는 그 당시 큰 충격과 함께 예술의 존엄성과 예술가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사회에서 오직 그 병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예술이 아니겠는가. '인천&아츠'와 '정명훈'씨의 공연에 관해서 건전한 비판의 여론이 높다는 것은, 인천이 국제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로 발돋음 하기 위한 새로운 징표가 아닐까? / 최병관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