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엽변호사·인천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임기 논란', '절차상 문제점','코드 판결'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다가 청문회 심사보고서 채택을 거부해 끝내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법에 의하면 '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하고' 그 처리시한은 지난 10일이었으니 이미 처리시한이 도과하여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무산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일 전 후보자 측이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나서 사태는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을 들여다 보면 이 문제는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첫째, 인위적 임기 늘리기 논란 문제이다.
전 후보자는 '지난달 16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전화로 헌재 소장 지명 통보를 받았고, 그에 따라 헌법재판관 직을 사퇴했다. 대통령이 그렇게(사퇴 후 재임명) 판단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전 후보자는 지난 2003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됐으니 헌법재판관 신분으로 헌재 소장에 임명된다면, 잔여임기인 3년동안만 헌재 소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청와대 지침에 따라 헌재 재판관을 사퇴하고 새로 헌재 소장에 임명되면 새로 임기 6년이 보장돼 전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는 총 9년이 되고 결론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 후에도 4년6개월 간 더 헌재 소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헌재 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제111조 규정에 따라 이미 헌법재판관 신분을 상실한 전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 소장 임명동의안과 청문회는 문제가 있었다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당초 전 후보자에 대한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은 헌재재판관을 사퇴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정도(正道)였다.
둘째, 지명절차에 있어 청와대의 사퇴종용 문제이다.
전 후보자는 '소장에 지명되는데 임기 때문에 사직서가 필요하다고 민정수석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사표를 냈다는 말인데, 민주당 조순형 국회의원의 말처럼 '대통령과의 사전조율로 사퇴했다는 것은 충격적'이 아닐 수 없고 '과연 그런 헌재로부터 국민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판결을 기대할 수 있는지'의문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코드 판결 논란이다.
한나라당 엄호성 국회의원은 '후보자는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 발언, 이라크 파병, 탄핵사건, 행정수도법, 행정도시법 등 5가지에서 모두 각하의견을 냈고 이는 모두 대통령의 뜻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전 후보자는 '법률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면 김종대·조대현 헌법재판관과 함께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생들만 3명으로 전체 재판관 중 3분의1 을 차지한다.
현재 헌재에 계류 중인 많은 개혁입법과 정책들에 대한 위헌 여부 심판이 대기 중에 있다.
이쯤되면 이번 사안은 본질적으로 현 정권이 추진하는 개혁입법을 차기 정권에서도 바꾸지 못하고 계속 추진토록 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이번 전 후보자에 대한 지명 논란은 빠른 시일 내에 종결지어져야 한다.
그 간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청와대와의 교류와 처신 등은 정권에 앞서 국가와 헌법을 수호하는 독립기관인 헌재 소장 후보자로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높은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과 거리가 있었고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