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 회장
어떤 방송 프로에 ‘1000곡 도전’이 있다. 대부분 가수들이지만 때로는 노래 잘 부르기로 소문난 인사들도 가끔 낀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번호를 지정하는데 어떤 곡이 나올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 프로의 특징은 가사만을 완벽하게 부르면 된다. 한번 틀리면 ‘경고’를 받고 두 번째 틀리면 ‘땡’이다.
그 많은 노래를 어떻게 다 배웠을까 탄복할 정도로 그들은 프로답다. 나이 많은 가수가 요즘 젊은이들이 부르는 록 음악에도 주눅 들지 않고 멋지게 불러재낀다. 그 프로를 보다가 나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낭만 고양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그 노래의 가사가 요새 말썽의 한 복판에 있는 바다 이야기와 연관된 듯해서 흥미로웠다. 노래 끄트머리에 ‘나 홀로 떠나 깊고 슬픈 바다로’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사행성 게임인 ‘바다 이야기’가 한참 재미를 보다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것과 똑같이 낭만 고양이도 막판은 깊고 슬픈 바다로 홀로 떠나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날 것을 미리 예견한 노래일까. 서동요의 재판을 느끼게 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노래가 씨가 되어 전 국민을 깊고 슬픈 바다 밑으로 빠지게 하고 노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 바다 이야기가 되었다.
게임산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국민들은 생소하게 느낀다. 일반인들이 다루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 같기도 하고 IT, BT, NT 등 낯설은 용어들이 판치는 세계에서 막연한 상식으로 게임산업이라는 게 IT의 한 분야로 존재하고 있구나하는 정도다. 이 산업이 결국 국민을 도박으로 끌어들여 ‘서민들의 피를 빠는 패륜아’ 역할을 했다는 점에 대해 더욱 분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산업이 10여년전 부터 도박의 혐의를 받고 단속의 손길이 미쳤던 ‘오락실’의 현대적 이름이라는 것을 안 것은 일이 터지고 나서부터다. 따라서 이 문제는 새로운 사건이 될 수 없다. 오래전부터 단속의 대상이 되어왔고 그래서 없어진 것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작은 오락실은 없어지고 크고 넓은 게임장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 셈이다. 이미 곪고 삭아버린 얘기가 재등장했으니 그 끈질김이 얼마나 지독할까. 경찰의 집요한 단속이 계속되는 줄 알았던 오락실이 어느새 이름이 바뀐 채 그 규모가 매머드처럼 커지면서 합법적인 IT산업의 총아로 둔갑했으니 그 재주 또한 놀랍다. 게다가 국가 기관이 이를 ‘인증’하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으니 뭔가 심상찮은 세력이 개입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컴퓨터나 통신기술 등 국민을 먹여 살리는데 이바지하는 것으로만 인식되었던 IT산업이 모양을 조금 비틀기만 해도 국민 전체를 도박의 바다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이 세상은 도덕군자만 살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이런저런 삶을 살고 있다. 생각이 다르고 취미가 각각인데 일괄적인 통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있어온 것이다. 그 중에서도 도박은 그 내용이 푸짐하다.
나라마다 도박을 보는 눈이 다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특별히 불법적인 도박으로 낙인찍지 않은 이상 상당히 자유롭다. 반면에 사회주의 국가는 기본적으로 도박을 금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도박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도박의 규모가 작고 언제든지 단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하에서는 광범위하게 도박이 허용된다. 심지어 국가가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경마나 경륜, 경정과 같은 분야는 이미 정부가 공인하는 합법성을 획득하고 있다. 경기가 있는 날은 수만명이 모여들어 마권을 산다. 여기에 맛을 들였다가 재산 날리고 빈털터리가 된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강원랜드는 내국인이 드나들 수 있는 허가받은 카지노다. 정선 일대의 주민들은 카지노 도박에 면역성을 상실하여 노인네들까지 게임장을 드나들며 패가망신을 자초하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모두 한탕을 노린 심리상태에서 이성이 마비된 탓이다. 모나코나 마카오에 가면 국가가 육성하는 국제 도박꾼들의 천지다. 미국의 라스베가스는 가장 화려한 카지노 명소다. 모든 환락은 여기서 조장된다. 흥청망청 돈질을 하다가 알거지가 되어 자살을 택하는 이들이 어디 하나둘인가.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절대로 인증 받거나 허가되어서는 안 되는 ‘악의 게임’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창조적인 활동에 전념해야 할 사람들이 허황된 게임에 중독 되도록 유도한 권력자들과 정책 당국자는 엄벌을 받아야 하며 모든 게임산업은 즉시 불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