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 인천시의회 부의장
 연간 4조7천억원 규모의 인천시 예산을 관리할 시금고 담당은행 선정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천시는 현재 한국씨티은행과 우리은행이 맡고 있는 시금고 계약이 올 연말로 끝남에 따라 앞으로 4년간 인천시금고를 담당할 금융기관 재선정 절차를 12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관련법에 따라 시금고 은행에 대한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을 담은 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시의회에 조례안을 넘긴 상태다. 이 조례안이 오는 9월 시의회에서 통과되면 10월 중순 공개경쟁 입찰공고, 12월초 제안서 접수 및 심사 절차를 거쳐 12월 중순 시금고 은행이 최종 선정된다.
시의 이와 같은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인천시 금고 유치에 성공할 경우 재무구조 안정과 수익성 제고는 물론 인천시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신규고객 창출이 가능한 점에 주목,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외형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금융계의 추세와 맞물려 인천지역 대표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도 인천시 금고 유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이유중 하나다. 현재 인천시 금고 유치경쟁을 앞두고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등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은행은 한국씨티은행과 농협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그동안 금고 운영에 무리가 없었던 데다 기존에 구축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시민 대부분의 정서는 외국계 은행이 시금고를 맡을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정보와 국부유출 등을 염려하고 있다. 지방 토종은행이 있는 다른 광역시와 달리, 인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국계 은행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만큼 정서적으로 토종은행을 선호하는 경향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어떤 은행이 인천시금고를 맡아야 할까.
무엇보다 인천시민의 정서와 여론에 부합되는 은행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주민의 여론을 들어봐야 할 것이다.
공공성과 공익성이 강한 은행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익의 극대화’에만 몰두할 뿐 공공성과 공익성은 철저히 외면하는 은행은 심사과정에서 배제돼야 한다. 그와 함께 인천시민이 이용에 편리하고 지역사회 기여도가 높은 은행이어야 한다.
또한 시금고인 만큼 지자체와 협력사업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은행이어야 한다. 인천시는 지금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 2009년 세계도시 엑스포 개최 등 국제도시 인천에 걸맞는 행사를 준비중이다. 이러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과거 인천에서 개최된 바 있는 아시아육상경기대회, 세계 춤축제 등에서 경험했듯 자치단체와 가장 협력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은행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일부에서 기존 금고은행이 바뀌었을 경우 상당기간 금고·세정업무가 혼란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금고 업무의 다양한 노하우와 완벽한 금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모 은행의 경우 2개월 정도면 이미지화 구축을 겸한 완벽한 OCR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프로그램에 인천시의 특성을 감안한 프로그램 설계와 최신 OCR기 도입에 소요되는 기간이다. 인천시의 경우 12월 중순경에 시금고 은행이 선정되고 익년 3월1일부터 업무개시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있기 때문에 OCR센터의 설치서부터 시험가동을 거쳐 완벽한 가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작년에 의왕시금고, 과천 시금고은행이 바뀌었는데도 업무에 따른 지장이 없었다.
끝으로 한 가지 부언하자면 공정한 룰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은행은 100m를 뛰는데 10m앞에서 뛰고, 어느 은행은 100m라인에서 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기존 금고를 담당하는 은행에서 가지고 있는 기득권은 인정하지 말고 모든 은행이 똑같이 100m라인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시금고 은행이 주민이 바라는 은행, 주민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은행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되기를 바라고 이를 의원으로써 지켜 볼 것이다. / 노경수 <인천시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