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한나라당 남구을 당협위원장
 요즘 늦여름 무더위보다 우리나라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 바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논란이다. 작전통제권이란 작전계획이나 작전명령 등 작전수행을 위해 지휘관에게 위임된 권한을 말한다. 하지만 인사권, 행정권, 군수, 군기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상당수가 작전통제권을 작전지휘권으로 생각하고 있고 마치 우리가 군사 주권을 빼앗긴 나라처럼 오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위기 사태가 발생할 때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하게 되어있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미 양국의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본부(NCMA)’와 그 산하의 양국합참의장이 참여하는 ‘군사위원회(MC)’의 전략지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통령이 거부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이 발동되지 않는다. 결국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 양국이 반반씩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유사시가 아닌 평시 작전통제권은 1994년 12월 1일 이양돼 우리가 전적으로 단독행사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일 건군 5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연설문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히면서부터다. 그리고 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최근 정부가 “2012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하겠다”라고 그 시기를 공언하면서이다.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논란의 최대 중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과연 우리 군이 정부 언급대로 늦어도 2012년까지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 능력과 북한의 기습남침에 대비한 정보수집과 타격능력을 보유하여 우리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느냐와 둘째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이후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여부와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한다고 하더라도 한국군의 작전통제 하에서 한미 양국군이 현재와 같은 원활한 작전수행이 가능한 지 여부이다.
먼저 우리는 2011년까지 151조원을 투자할 경우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위한 전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의 600여기에 달하는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단 한 기도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몇 기의 다목적 실용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최단시간 내에 포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국의 고성능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 U-2 고공정찰기 등 첨단 정보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 주장대로 2011년까지 우리 군이 추가 전력을 확보한다하더라도 북한이 보유하고있는 핵·미사일·생화학 무기 등 비대칭적 군사전력을 생각해 볼 때 한반도의 안보를 스스로 지켜낼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는 현재 규모의 주한미군 주둔과 지원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이후 미국의 세계 차원의 군사력 재배치 계획 변화로 인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가 이뤄질 경우 우리의 대북 방어태세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미 의회의 분위기는 주한미군 철수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고 설사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후 한반도 유사시 현재와 같은 규모의 미 증원군을 보내준다는 안전보장 각서를 받는다 하더라도 과거 미국·베트남 동맹 관계를 보면 미국은 안보공약보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함을 알아야 한다. 안보란 산소와 같아 평상시에는 그 소중함을 모르지만 조금만 부족해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요 자주국방은 주권국가의 꽃”이라는 노 대통령의 주장은 국민의 주권의식을 자극하는 감성적 접근을 함으로써 다시 이 나라를 ‘자주와 반자주’로 분열시키는 정치적 복선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전시작통권의 단독행사 문제는 섣부른 ‘자주권 회복’의 개념과는 별 상관이 없고 전시 작전의 효율성과 국방비 추가부담이라는 경제적 논리차원의 현실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안보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인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시기를 결코 우리가 먼저 서두를 필요는 없다.
물론 우리 군의 능력을 폄훼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건 더욱 곤란하다. 그리고 현재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은 명백히 북한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미사일은 남측이 아닌 미국과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정부 내 인식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전쟁발발 시를 전제로 한 안보핵심의제이다. 따라서 그릇된 정부 내 인식과 국민을 호도하는 ‘자주국방과 군사주권의 회복’ 주장은 우리 안보를 스스로 위협에 빠뜨리고 반세기의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이 우리와 정반대로 미국과 군사지휘 통합을 통해 미·일 동맹을 한층 강화해 나가는 시점에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논란은 결코 적절치 못하다. 국가안보는 ‘전제와 가정’이 아닌 ‘확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논의야말로 느림의 미학이 필요할 때다. / 윤상현 <한나라당 남구을 당협위원장/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