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봉 인천시의회 산업위원장
 ‘바다 이야기’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세간을 휩쓸고 있다. 그것은 그 진실의 속내가 어찌되었던지 간에 뭔가 터질 것 같은 수상한 느낌이 진작부터 들던 이상한 현상이었다.
희안한 그림이 하나 둘씩 거리에 등장하더니, 저런 것이 장사가 될까 싶은데도 불구하고 웬만한 점포는 예외 없이 꿀꺽 꿀꺽 먹어가는 모습이 마치 공포의 불가사리를 보는 듯 했으니 말이다.
시대가 낳은 이상 문화요, 아픈 현실이네, 어쩌네 저쩌네 하기보다는 시대의 허점을 꿰뚫은 그 귀신 같은 솜씨가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서둘러서 적절한 조치와 대책이 마련되겠지만, 부디 한때의 해프닝으로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인천시가 역사 이래 무슨 천지개벽을 하듯, 용트림을 하고 있다.
송도 앞바다는 연일 매립을 해 들어가고 있고 거기에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그 규모가 150층이 넘어가는가 하면 영종땅도 4천만평이 넘는 엄청한 규모를 불도저로 밀어내고 있고 다리를 놓고, 철도를 놓고, 거대한 규모의 항구도 하나 더 만들고 있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새로 그리는 일이고 보니, 신이 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한다.
본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무엇이든 한 번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재주가 있는데 인천의 미래 발전이야 뭐 그리 걱정할 일이 있겠는가?
세월이 가다보면 인천 시민은 동화 속의 그림 같은 도시에서 환상적인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즐거운 대목에서 뭔가 터질 것 같은 수상한 느낌이 또 드는 것은 왠지 모르겠다.
갑자기 불어 닥친 구도심의 재개발 열풍이 혹시 인천판 ‘바다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하는 걱정이 쓸데없이 든다.
사실 어떤 기업이든 주력 사업을 안정되게 성장시켜 놓은 뒤에 또 다른 사업에 손을 대는 것이 순리이자 안정감 있는 경영일진대, 경제자유구역 사업 하나를 성공시키는 것도 아슬아슬한 마당에 느닷없이 구 도심 재개발 사업을 인천의 주요 시정으로 선택하면서, 잡아야 할 토끼가 두 마리가 된다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하던 터였다.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본질적 의미야 누가 부정하겠는가만은, 최근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의 신청건수가 183개소에 이른다는 사실 앞에 문득 ‘바다 이야기’가 연상되어지는 것은, 봇물 터지듯 늘어가는 재개발 열풍의 건수도 문제려니와, 재개발을 부추기는 그 본질이 부동산 투기에 있다는 것이고 보니, 이 일이 어찌 나 몰라라 할 일인지 갑갑하기만 하다.
1998년 이래 불과 4개소만 추진되던 도심 재개발 사업이 2005년 들어서자 갑자기 180여개 지역의 신청에 124개소 확정이라니….
더구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43개 지역의 주민들이 재심의를 요청하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이는 또 다른 공포의 불가사리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우리 인천이 대한민국 제2의 국제도시가 된다는 사실 앞에 흥분되고 긴장되는 것은 시민으로서 인지상정이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백년지 대계를 내다보는 침착함과 슬기로운 지혜를 발휘해서, 혹시 우리가 너무 서두르는 구석은 없는지, 빠뜨리고 방관하는 구석은 없는지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앗차하는 순간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흔히 겪어 보지 않았던가?
콩깍지 불에 튀듯 어수선하고 부산한 잔칫집에서도 툇마루에 앉아 계신 노인 어른 한 분으로 인해 모든 행사가 엉킴없이 흐르듯이, 정신없이 좌충우돌하는 우리 인천에도 세월의 음양을 머금은 노인 어른 한 분이 계셨으면 하는 허전한 생각을 해 본다. / 강석봉 <인천광역시의회 산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