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균 인천향교 장의
 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 않고 다 받아 드린다. 커다란 가슴을 가진 사람은 친구가 많은 법이다.
받아드린 물은 깨끗하게 정화되고 수증기로 증발, 하늘에서 다시 비로 세상에 뿌려진다. 좋은 친구를 많이 가진 사람은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친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물에 대한 생각에 불볕 더위에 시원한 소나기를 생각하며 연상되어지는 이야기다.
물은 널리 베풀어 모든 사물을 살아나게 하니 덕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물이 닿으면 바싹 말라 죽어가던 생물이 다시 살아나니 어질다고 할 수 있겠지. 살펴보면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신을 낮추며 내려가지 굽이칠 때도 순리에 따라 소용돌이친다고도 볼 수 있다. 얕은 곳에서는 흘러가지만 깊은 곳은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는 지혜로운 모습이다.
흐르는 물이 백길 천길 낭떠러지에 이르러 아무런 거리낌없이 내리는 것을 보면 용기가 대단하다. 아무리 더러운 물도 사양하지 않고 다 받아드리니 마음이 넉넉하다고나 할까? 지저분한 것들을 받아 깨끗하게 하여 내보내니 이것은 나쁜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은 얼마나 훌륭한 스승이냐? 그래서 나는 강물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다.
"아 ! 나도 저 흘러가는 강물을 닮고 싶구나." 공자가 한 말이다.
어느 날 제자가 강물만 바라보고 계신 스승의 모습에 “선생님 강물을 보시면서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묻는 말에 답한 말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조급함이 많은 것 같다. 우주만물의 섭리에 따라 순리적으로 세상을 살지 못한다. 낚시 찌를 바라보며 인생철학을 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진리를 다 아는 해박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공자의 강물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시를 생각한다. 시는 우리에게 사물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온갖 사물들은 우리의 선생님이다. 시인들은 남들이 날마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삶이다. 보통사람이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는 일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아낸다. 그러자면 그냥 보지않고 자세히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조선중기의 유명한 학자 화담 서경덕 선생이 어린 7살때 들로 나물을 캐러갔다. 빈 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는 아이에게 어머니가 물었다. “왜 바구니가 비었니? 나물은 안 캐고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니에요 어머니 나물을 캐고 있는데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는걸 보았어요. 어제는 한 치만큼 날아오르더니 오늘은 두 치만큼 날아올랐어요. 내일은 세 치만큼 날아올라 가는 걸까요? 새가 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다가 나물을 못 캐고 돌아왔어요."
세상우주만물의 섭리는 묘하게 연결되고 음양이 공존한다. 모든 것이 그렇게 된 이유가 있다. 못산다고 생각하면 못 사는 것이다. 생각하고 실천하는 만큼 세상은 바뀌고 변한다. 아무리 고생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다.
연탄리어카를 끌며 어린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운 부모도 보았다. 졸부의 과시욕에 상처받은 삐뚤어진 인성의 자식을 원망하는 부모도 보았다. 한 가지 있으면 한 가지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세상우주만물의 섭리가 공평하다는 생각이다.
너무나 뜨거운 태양열에 시원한 소나기라도 한 줄금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원한 냉수 한잔에 행복을 느껴보시라 목이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 마시는 한 잔의 냉수야 말로 최대의 행복한 맛이리라.
얽히고 설킨 세상살이에 시원한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이야기는 없을까? 쏟아지는 빗줄기속에 우산을 쓰고 맨발로 연못을 찾아 연꽃을 바라보았다는 옛 어느 선비의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 신중균 <인천향교장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