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수 한국환경생태연구소장
올해에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검은머리갈매기가 인천 송도신도시와 청라지구 간척지에 도래하여 번식하였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동아시아에 국한되어 살아가며 전세계에 일만마리 미만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한 새다. 경기 연안의 간척지에 대규모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기 이전까지는 중국 발해 연안의 염습지에서만 번식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었다. 국내에서는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주 드물게 날아오는 겨울철새이었다. 그런데 시화호 간척지에서 1998년에 수백쌍이 번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당시 시화호 수질오염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국제적인 희귀종이 대규모로 번식하는 것이 발견되어 갯벌매립에 대한 문제점에 대하여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시화호에서 처음 번식하였던 검은머리갈매기는 역시 대규모 간척지인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 조성을 위한 간척지와 송도신도시 간척지에서 다시 발견됐다. 대규모 간척지와 한창 공사를 진행중인 공사현장에 발견되는 검은머리갈매기는 많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환경을 보전하는 쪽에서는 검은머리갈매기의 국제적인 중요성과 멸종의 위험성을 들어 공사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사업자 측에서는 한창 진행중인 공사를 멈출 수 없어서 임시방편으로 번식기간동안 공사를 중지하거나, 대체서식지를 만드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알 리 없는 검은머리갈매기는 현재도 계속 대규모 간척지 공사장을 찾아다니며 번식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사장의 열악한 환경과 천적에 의한 피해로 번식에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공항이 개통한 이후에도 검은머리갈매기가 활주로 북단의 염습지에 자리를 잡아 공항운영자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항공기가 조류와 충돌하게 되면 때때로 인명피해를 포함하는 대형사고를 유발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항에서는 조류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활주로 인근에 서식하는 조류는 종류에 관계없이 엽총을 이용해서 포획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 대규모로 공항 주변에 번식함으로서 단순 포획하는 방법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검은머리갈매기와 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무차별 살상하거나 번식지를 훼손하게 되면 환경파괴의 주역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꾸게 된다. 공항에 도래하는 야생조류를 살상하지 않고 가급적 공항 바깥으로 몰아내는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공항 조류퇴치 활동을 변경하는 계기가 되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이제 송도신도시와 청라지구 간척지에서 번식을 하여 갯벌 매립지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개발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공사를 하기 위해 갯벌을 매립한 땅위에서 번식을 하기 때문에 건설 사업자에게는 귀찮은 새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외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희귀조류의 번식지를 마구 훼손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환경단체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파악해 정부와 건설사업자에게 대책을 수립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어 검은머리갈매기가 개발과 보전 사이에 있어서 중요한 깃대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검은머리갈매기 원래 번식지는 중국 발해 연안의 염습지다. 갈대와 같은 큰키식물이 자라는 지역보다는 염분때문에 육상식물이 자라기 어려워서 염생식물만이 뜨문뜨문 자라는 지역을 선호한다. 인천과 경기 연안의 대규모 간척지에 바닷물이 물러나면 일차적으로 염생식물이 침입해 자라기 시작한다. 염색식물이 자라는 식물천이의 초기에 검은머리갈매기가 좋아하는 번식지환경이 형성되면 찾아와 번식을 시도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식물이 무성해지면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떠나버린다.
우연히도 검은머리갈매기가 좋아하는 번식지 환경이 인천연안 대규모 간척지에 조성하는 개발사업장의 초기 매립단계 환경과 일치하는듯하다. 그래서 지금도 검은머리갈매기는 송도신도시 매립지와 청라지구 간척지에 나타나 본의아니게 건설업자를 골탕먹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갯벌매립에 따라 다양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대규모 공사장을 떠돌아다니며 방황하는 검은머리갈매기를 더 이상 방치 하는 것은 우리의 직무유기이다. 한국을 찾아오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번식지를 보호하지 못해 이들이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그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검은머리갈매기가 공사장을 전전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주는 일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