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홍배 자유문예 발행인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구나 불신감이 팽배해 있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약속을 지키는 않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다.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고 설령 그것이 구두로 한 약속일지라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거래를 할 수 없는 법이다.
성실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사정이 어떠하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야 한다. 설혹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라면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은 '거래의 기본'이며 '인간 관계의 기본'이기도 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또는 소홀히 생각하는 사람과는 그 누구도 진지한 거래나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깊이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로 인해 우리는 '신뢰성 위기'에 봉착해 있다.
약속에는 시간 약속과 말에 대한 약속이 있다. 약속한 시간에 반드시 약속 장소에 나타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예의이다.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늦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미리 연락하는 것도 중요한 예의이다. 약속만 하면 늦는 사람이 있다. 습관적으로 이런 사람은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말을 꺼내 놓았으면 지켜야 한다. 특히 사업에서는 더욱 중요한 것이다. 지킬 수 없는 일이면 말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며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늘 인사 잘 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사람이며 성공할 확률이 높은 사람인 것이다.
춘추시대 노(魯)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약속을 잘 지키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어느날 그는 마을 어귀의 다리 밑에서 애인과 만나기로 하고 먼저 가서 기다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애인은 오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갑자기 폭우가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속을 목숨같이 여기던 미생은 불어난 물속에서도 교각을 끌어안고 애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맑은 날에도 오지 않던 애인이 비 내리는 칠흑 같은 밤에 나타날 리는 만무. 끝내 미생은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다 익사하고 말았다.
이러한 미생을 일러 장자는 "쓸데없는 일에 목숨을 건 멍청이"라고 했고, 전국시대의 종횡가로 활약하며 진(秦)나라를 제외한 6국의 제상의 자리에 올랐던 소진은 ’고지식하기만 하고 융통성이 없음’을 나무랐다.
다리 위에서 기다렸더라면 비는 맞았을지언정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터인데, 다리 아래를 고집한 미생이 융통성이 없기는 하지만 식언(食言)과 허언(虛言)이 난무하는 오늘날, 인천 연수문화원에서 지난 7월에 마련했던 ’작가와의 대화’ 행사의 경우 정말 많은 참석자들을 답답하게 했었다. 토요일 오후 3시에 우리 한국의 대표 작가 고은 시인님을 모시고 개최한 행사가 국회의원이 늦어서 시작을 못하느니, 또한 구청장이 늦어서 못하느니 ··· 했던 것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시간약속도 못 지키는 것은 물론 아예 오지도 않았다. 두사람 때문에 많은 참석자들이 시간적인 피해를 입어야 했었다.
애초부터 속이려고 마음먹지 않았어도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부득이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수도 있고, 거절하는 타이밍을 놓쳐서 본의 아니게 약속이 돼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그럴 경우 추후에라도 다시 연락을 취해 약속을 취소하는 것이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상대에게 신뢰감을 줄 수가 있는 것이다. 고지식하게 죽어간 미생이 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내뱉은 말에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원칙중심의 리더십을 이루는 근간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