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
세계 철강산업은 최근 수년간 중국의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원료가격 급등, 경쟁심화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주요 철강업체들은 경쟁력 제고와 시장확대, 원료의 안정적 조달을 위하여 국경을 초월한 인수합병, 대형화와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세계 생산 5위, 수출 6위로 부상한 국내 철강산업은 그동안의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지만 상하공정간의 수급불균형, 원자재조달의 불안정성, 국내 소비 둔화라는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국내 철강산업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과 중국을 대표주자로 하는 신흥철강국 사이에서의 ‘넛 크래커’를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해법을 찾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FTA는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철강산업에 대해서는 새로운 경쟁원천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일본에 이은 우리나라 3대 철강 수출시장이며, 철스크랩 등 제철원료의 주요 수입국으로 2005년 한해에만도 1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국가이다.
한국과 미국은 철강부문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 철강제품에 대해서는 이미 2004년부터 무관세를 시행중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수입규제조치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12개의 우리 철강제품이 수입규제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대미 철강수출의 41.5%인 7.5억달러에 해당한다.
따라서 FTA라는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국내 철강산업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수출시장에 대한 접근기회를 넓히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FTA 협상을 통해 미국의 세이프가드 적용을 제외받거나 미국에 진출하는 업체에 공급하는 철강제품에 대하여 수입규제 예외 조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FTA를 체결하지 못한 경쟁국과 비교하여 우리의 수출경쟁력은 크게 제고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핵심기술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고 투자가 촉진되어 양국간 산업협력이 증대된다면 우리 철강산업은 미국시장으로의 진출 뿐만 아니라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고급·고부가가치 강재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기반도 구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계, 가전, 금속산업 등이 FTA를 통해 미국시장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면 국내 철강소비가 늘어나는 간접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한미 FTA는 철강산업의 새로운 경쟁원천을 제공하고 산업혁신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FTA 체결만으로 앞에서 언급한 긍정적인 효과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생산구조 고도화, 철강업체간·수요산업과의 협력강화, R&D 확대를 통한 고부가가치화와 혁신기술 개발, 혁신 클러스터 활성화와 같은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철강산업의 발전 비전을 공유하고, 기술개발 활성화, 신기술 도입, 고급인력 확보에 주력함으로써 고급·고부가가치제품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다음으로 한미 철강산업 회의 등 정부간 채널을 통해 양국간 협력체계를 강화하여 세계 철강업계의 글로벌화·대형화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철강업체들은 품질, 규격, 납기, AS와 같은 전반적인 부문에서 대응력을 향상시키고 제품개발과 해외진출을 철강 수요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인천, 포항, 광양, 당진 지역을 철강산업의 클러스터로 활성화시켜 철강 및 수요산업, 대학, 연구소, 혁신지원기관간의 경쟁과 협력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높여 기술혁신을 고양시켜야 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 철강산업은 한미 FTA를 위협요인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산업혁신을 위한 새로운 성장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