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대 이사람 - 인천청소년수련관 관장 최제형 시인
 초여름, 꽃향기와 새소리로 고즈넉하리만큼 한가로운 장수동 관모산 자락에 인천청소년수련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 청소년수련관 관장을 맡고 있는 최제형(53) 시인은 1년 365일을 청소년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청소년 관련 문화행사가 주말과 휴일에 몰려 있기 때문에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오후에도 최 관장은 수련관 2층 휴게실에서 학부모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책 읽는 학부모 모임’이 이날 오전 첫 행사를 가졌는데 행사가 끝나고 이들 학부모들과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중이었다.
 최제형 시인은 수련관 관장 외에도 인천청소년문화회관 관장을 겸직하고 있다. 인천시 청소년문화행사와 행정과 관련한 거의 모든 일들은 최 관장, 아니 최 시인 어깨에 짊어져 있는 셈이다.
 시인과 관장? 결코 어울리지 않는 직책이다. 최 시인은 밖에서는 시인의 서정적 삶을 살고 안에서는 관장으로서 청소년문화 행정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 이 양자 모두가 한데 융화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최 시인이 인천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8년째다. 89년 관선 심재홍 시장 시절에 비서실장으로 인천시에 처음 근무하다가 92년 5월 인천청소년문화회관이 개관하면서 그는 관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리고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들의 문화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됐고 동화, 동시 등도 발표하게 됐다. 결국 그의 삶에 있어 ‘청소년’은 중요한 부분, 아니 전부를 차지하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청소년에 대한 그의 애정은 유별나다.
 최 시인은 “학창시절 친구들이 넌 뭐가 될 거냐 하고 물으면 시인이 되겠다고 대답했었다. 결국 살다 보니까 시인의 꿈을 실현하게 됐다. 또 청소년문화회관 관장 직책을 맡고 청소년 지도사가 되면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의 문화를 고민하다 보니 아동·청소년문학을 하게 됐다”고 청소년문학 쪽에 눈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95년 첫 시집 ‘고향 하늘에 뜨는 달무리’를 발표한 후 2002년 두 번째 시집 ‘토끼와 꼬망둥이’는 청소년문화회관 주변에 피어 있는 꽃들과 회관 안에서 키우던 조그마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쓴 시들이다. 2003년에 발간한 세 번째 시집 ‘0교시 땡교시’는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등으로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안타까워하고 불합리한 수험제도와 교육제도를 비판한 청소년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최 시인은 성적과 공부가 삶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를 얘기하는 지금도 그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최 시인은 “처음 청소년문화회관이 개관하고 청소년가요제를 개최할 때 일선 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들에게 참가 학생들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가곡을 가르칠 생각은 안 하고 무슨 가요냐 하며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그들의 문화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가요제와 댄스 경연대회, 체육대회를 꾸준히 열어왔다”고 말했다.
 청소년문화 행정가로서가 아닌 시인으로서 그는 오는 7일 가족이 함께 보는 들꽃 시화집인 ‘꽃 피는 산골’(도서출판 메세나)을 출간한다. 집 안쪽에 피는 꽃과 집 밖에 피는 꽃, 뒷동산에 피는 꽃, 높은 산과 깊은 산에 피는 60여 종의 우리 꽃들을 아름다운 동시로 담아냈고,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화가 강혜기의 꽃 그림을 함께 실었다.
 최 시인은 “어른이나 아이들이 그림책 보듯 쉽게 꽃을 접할 수 있기 위해 시화집을 내게 됐다”며 “과거 우리 부모님들은 배우지 못했어도 꽃 이름과 먹을 수 있는 꽃과 먹을 수 없는 꽃을 가르쳐줬으나 지금의 부모들은 많이 배웠어도 자녀들에게 꽃 이름 하나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시화집을 발간한 계기를 설명했다.
 최 시인은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과 이웃을 둘러보고 세상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게 살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제형 시인은 195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경기도 고양에서 성장했다. 1995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그는 ‘고향 하늘에 뜨는 달무리’, ‘토끼와 꼬망둥이’, ‘0교시 땡교시’ 등의 시집을 발표했고 인천청소년문화회관 관장과 청소년수련관 관장을 겸직하고 있다. 현재 인천문인협회 이사와 국제펜클럽한국본부인천지역 부회장, 한국아동문학회인천지회장, 서해아동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조혁신기자 (블로그)mr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