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 5·31 지방선거의 와중에 인천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현안이 바로 도시공간의 개발 문제이다. 송도신도시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더하여 추가 매립이 추진되고 있고, 가정오거리를 위시한 구도심 개발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여기에 논란이 되어왔던 서창2지구를 비롯한 그린벨트 해제지구와 송도유원지, 인천대 이전부지에 대한 고밀도 개발 논란 등이 더해지면서 가히 인천 전역이 전면적인 개발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개발 문제가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도시공간 문제의 중요성을 살펴 바람직한 공간환경 정책의 방향을 궁구하는 이론적, 실천적 성과가 여럿 출간되었다. 찾아 읽고 깊이 토론해볼 일이다.
 사회학자인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지난 해에 두 권의 책을 연이어 출간하였는데, ‘개발공사와 토건국가’(한울아카데미)와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현실문화연구)가 그것이다. 이 두 책은 그가 수년 전부터 ‘생태문화사회’라는 화두를 내걸고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얻은 연구성과이다. 전자의 책은 한국 개발주의 역사와 그 본질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라 할 수 있는데, 개발독재가 고도성장을 정책 수단으로 채택하면서 구조화된 개발공사 시스템의 지속적 확대재생산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어느덧 토건국가로 귀착된 과정을 심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 개발공사들에 의한 환경파괴와 건설업의 과잉을 넘어서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생태민주적 전환가 우리 시대의 역사적 과제임을 역설하고 있는 책이다. 후자의 책은 앞서의 과제를 서울에 실제적으로 적용한 연구성과이다. 대도시 서울의 변천 과정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에 더하여 역시 서울의 생태문화적 전환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구체화하고 있는 책이다.
 이들 책에 앞서 홍성태 교수는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궁리, 2004)라는 책을 통하여 각종 개발에 의해 신음하는 서울의 주요한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탐사(만보기)한 바 있는데, 개발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인천이야말로 더 늦기 전에 지식인과 전문가들의 꼼꼼한 탐사가 절시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서울 지역에서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여러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 의해 도시공간 문제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탐사가 진행되어 왔다. 민간단체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와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는 대표적이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이미 1997년부터 권력과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도시공간에 대한 시민 주체의 도시 건설을 표방하고 그러한 시각을 ‘시민의 도시’(한울)라는 책으로 선언한 바 있거니와 연이어 ‘더불어 사는 주거만들기’(보성각, 2000), ‘도시계획의 새로운 패러다임’(보성각, 2001) 같은 실천적 과제를 담은 책을 출간하였다.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에서도 지난 2002년에 ‘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시지락)라는 책을 출간하여 ‘문화도시’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에서 최근 연이어 출간된 책들은 새삼 인천의 전면적인 신개발주의에 대한 심각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게 한다. 조명래 교수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 출간한 ‘新개발주의를 멈춰라’(환경과생명, 2005)는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과거보다 더욱 유기적이고 전면적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신개발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담고 있으며,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헌동 본부장의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궁리, 2005)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건설오적’의 해악을 고발하고 있다. 그가 지적하는 건설오적이란 재벌(건설업체와 이익단체), 경제관료, 보수언론, 정치인, 학자 등 다섯 부류이다. ‘토건국가’를 지탱하는 이들 건설오적에 의해 부의 세습과 사회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도시공간을 둘러싼 주체와 권력의 문제를 해부한 서울시정연구원 이무용 박사의 역저 ‘공간의 문화정치학’(논형, 2005)도 흥미롭다.
 각 도시의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서울의 도시상은 “자연과 인간, 역사와 첨단이 어우러진 세계도시, 서울”이다. 그러나 인천은 여전히 개발을 전면에 내세운 “21세기 동북아 물류중심, 경제자유도시 인천”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인천에서도 공간 문제와 신개발주의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대응이 깊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