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화(전 인천우리민족서로돕기 집행위원장·시립인천전문대 교수)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북한방문 예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DJ의 방북활동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라고 판단된다.
 지난 2000년 대한민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기 때문에 제2차 정상회담은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조선) 국방위원장의 우리나라 답방은 여러 가지 현실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김 위원장이 방문 가능한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일부에선 제주도 등 많은 지역을 개최장소로 상상할 수 있으나, 김 위원장은 비행기를 절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방문 가능한 지역으로는 경기도 파주, 강원도 고성 그리고 인천시 백령도 정도로 필자는 판단된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장소를 아래와 같은 사유로 반드시 백령도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19세기 초 일본의 우리나라 침략과 식민지시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전승국에 의해 강제적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백령도는 남한의 최북단에 있는 섬으로, 냉전시대의 산물이자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다.
 때문에 같은 민족인 남북한 정상이 자주적인 평화공존의 기틀 아래 주도적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사료된다.
 둘째, 제2차 세계대전 후 대서양 회담(일명 버뮤다 회담이라고도 함) 등 유명한 회담은 주로 섬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격식보다도 회담의 실용적 성과를 이끌기 위해서는 좋은 위치라고 판단된다.
 셋째, 우리나라 대통령이 북조선 김 위원장을 초청할 때에는 최고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시위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태가 일어날 지는 누구도 예측을 못한다.
 만약 경의선을 통해 기차로 답방한다 해도 너무 노출돼 있다.
 이제까지 김 위원장은 조용하면서도 실제적 성과를 중요시하는 외교를 해 왔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도 유럽의 세르비아 황태자 저격 사건으로 일어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돼선 안된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조용한 외교는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백령도는 이러한 위험을 모두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판단된다.
 넷째, 백령도는 효녀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 곳이다.
 효의 고장인 백령도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역사적 의미도 크다.
 그리고 백령도 주민들은 IMF 시절인 1997년에 ‘북한 옹진군 동포돕기 1천t 옥수수 보내기’ 시민운동을 통해 불과 며칠 만에 1천만원이란 거액을 모금할 정도로 북조선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다섯째, 국내·외적으로 예민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안전하면서도 조용하게 개최해야 한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미 간에는 미묘한 긴장이 형성됐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화해, 경제협력, 1천만 이산가족의 소식 등 양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야 한다.
 물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최선이다.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지만 서울 답방이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 차선책으로라도 개최 장소를 선정해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5월3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자들에게 ‘백령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선거공약으로 요구해도 무리는 아닐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