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논설실장
 올해, 특히 이달들어 한국은 변호사 1만명시대에 들어섰다. 한국에 불었던 부동산 열풍으로 수년전부터 공인중개사 시대가 사회의 우려속에 활짝 열렸던 것에 이어 느닷없이 알려진 변호사 1만명시대의 개막은 일반 국민들과 함께 특히 법조계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사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변호사 1만명시대의 개막과 함께 2006년 5월이 한국 법조계에 이상한 신호를 던지고 있어 국민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서울 모지법 부장판사 시절에 법조브로커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H변호사가 인천에서 구속된 사건의 경우 판사가 브로커로부터 재판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사실이 사법사상 처음 밝혀진 것으로 법조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법조계는 물론 국정운영까지 전반적으로 최근 10년사이에 변호사들이 주역이였던 것은 물론 변호사들을 수십명에서, 심지어 311명이나 쓰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김&장’ 등 대형 로펌들이 아닌 말로 재벌 그룹보다 더 힘센 조직들로 인정받아오고 있다. 특히 현 정권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변호사출신들이 요직을 잇따라 맡으면서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 변호사의 급증추세에 이어 이번같은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구속사건은 충격적인 사태로 볼 수 있다.
판사가 그것도 부장판사가 브로커에게 돈을 받았다면, 사람들이 예전부터 지적해왔던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의 실제 상황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업인이나 정치인들도 그렇지만 법조인 역시 신(神)이 아니고 사람임이 분명한 만큼 개별적으로 실수하는 일이 어쩔 수 없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 실수든 아니면 고의적 장난이든 판사의 금품수수 사실이 한국 사법사상 처음으로 이번에 드러났다는 것은 그 어느 기관보다도 공정성이 가장 기본인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기반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을 사는 일임이 분명하다. 법조비리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일반 국민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정부 출범이후 최대 중요과제로 국민들에게 보여온 ’혁신’의 모습을 법조계가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현직 판·검사들이 높은 자리를 맡았을수록 사직해서 곧 바로 변호사 사무실을 개소해 대형 사건들을 대거 수임하는 게 지금까지 보여왔던 일반적 상황에서 법조계는 이번 사건을 좋은 계기로 삼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한국은 법조계를 비롯해 의약업계, 부동산업계 등 각계 모두 관련 인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사업인 공인중계사 등과 달리 변호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공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게 분명하다.
지난 1905년 국민의 법적 권리보호를 위해 변호사법이 시행된 이후, 1906년 홍재기씨 등 3명이 한국의 첫 변호사들로 등록된 지 정확히 100년만에 1만명의 변호사시대가 열린 것은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변호사 1만명시대는 많은 국민들이 편하고 저렴하게 법적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새로 열린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법조계 차원에서는 오히려 공급 과잉측면에서 우려의 시각이 높다.
사실 전국적으로 1만5천여명이 있는 한의사들의 경우 가난한 한의사들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 ‘빈의협’(貧醫協)에 가입된 회원수가 전체 한의사의 3분의 1인 5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자격을 갖춘 실력자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사업환경이 어려워지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사건 하나 수임으로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챙기는 힘센 변호사들도 있지만 사실 ‘공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오히려 생계를 걱정하는 변호사들이 훨씬 많은 가운데 어쩔수없이 여러 가지 일에 관계됐다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는 일이 무수히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반 판·검사는 물론 법원장이든 검사장이든, 심지어 법무장관이더라도 현직을 떠나고나면 어차피 변호사의 길을 가야되는 입장에서 이번에 시작된 변호사 1만명시대가 법조계에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사법당국과 변호사협회 모두 적극적인 대안모색을 시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해서 우리 한국의 사법체계가 변호사 백수 사태의 해결과 함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확실히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때 국민의 신뢰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박영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