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국제적으로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가 점차 집요해지고 있다. 2005년 2월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 대사의 발언 이후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의 날’이 조례안으로 통과되면서 한?일관계는 긴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일본 정부가 국제수로기구에 독도 인근 EEZ에 해상보안청 탐사선을 보내 수로 측량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이제 독도가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되었다. 일본이 애초에 만들어 놓았던 시니리오가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점은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행태에 과연 어떤 배경이 깔려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준비되고 기획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대륙과 해양으로의 진출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일본은 섬나라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해양에 대한 기대 대신에 대륙에 대한 선망을 선택하고 이후로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여 아시아의 맹주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륙 침략을 감행하고, 침략에 대한 야욕을 지속적으로 견지해 왔다. 일본은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이 가지는 한계 이외에 지리적으로 지진의 위험성에 상시 노출되어 불안정한 상태에 직면해 있는 국가다. 그래서 이들에게 대륙은 단순한 열등감 극복의 수단을 넘어서서 생존을 위한 공간으로 필요한 곳이고 한반도는 바로 그 대륙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여기에는 고이즈미 총리 집권 이후 10년간의 장기 불황의 늪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자신감도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미 일본은 경제력뿐만 아니라 냉전 종식 이후에 군사력에 있어서도 중국과 전면전을 펼쳐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만큼 군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사실상 한국을 자신들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는 것과는 별도로 실제로 한국의 국력이 대학생 수준의 일본에 비해 초등학생 정도도 안 되는 것이 현실임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한편 미?일간의 긴밀한 외교, 군사적 협력관계와 참여정부 출범 이후부터 악화 일로를 걸으며 이상 기류를 보여온 한?미 관계 역시 일본이 거리낌없이 억지를 부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이 수로 측량 계획을 중지하는 대신 우리 정부에 6월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 소위원회에 독도 근해의 한국식 해저지명 등록 유보를 요구하며 한발 물러선 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압력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이번 사태를 군사력으로 해결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우리 해군력으로 세계 최정상급 군사 강대국인 일본을 이길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일본과의 외교적 협상을 지속해나가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협상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 건너 간 듯하다. 따라서 국제적 공조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한국의 입장을 옹호해줄 수 있는 국가들의 수를 늘리고 이들 국가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물론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회복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미국을 등에 업지 않고 일본을 견제한다는 것이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실력을 키우는 도리 밖에는 없다. 앞으로 이 실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왜나라 일본은 독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다.
일본 문화가 빈곤해진 이유는 과거의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자신들의 만행을 철저하게 은폐?왜곡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력 못지 않게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배우들에게 열광하는 일본 여성들의 힘이 일본의 야욕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김준기
시사평론가
011-9760-7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