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대 이사람 - 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 윤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대형백화점. 그것도 1층 ‘목 좋은’ 곳에 시민들을 위한 그림전시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1층 한켠에 자리한 ‘신세계갤러리’가 10년 가까운 세월을 한결같이 순수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큐레이터 윤 준(39)씨의 열정과 애정이 큰 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10년 전 신세계갤러리가 오픈할 당시 인천의 미술공간은 인천종합문예회관 전시실과 다인아트갤러리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다인아트갤러리는 폐관했고, 관이 운영한 전시실은 자체 기획이 아닌 대관 위주였지요.”
 윤 씨는 신세계갤러리에 대해 “인천에서 보기 힘든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명작전과 인천 작가들의 테마전, 기획전을 전시하며 인천지역에 새로운 전시문화를 창조하려고 노력했다”며 “신세계갤러리는 기업에서 문화서비스 일환이므로 상대적으로 운영에 자유로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신세계갤러리는 1997년 개관 기념 ‘피카소와 여인들전’을 시작으로 ‘김환기·천경자전’, ‘이응로전’, ‘김기창전’, ‘팝아트전’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또 ‘조선 옥새전’, ‘누드엽서로 보는 서양미술사’, ‘근대 인천 100년전’ 등 테마전도 병행하며 시민들의 눈길을 끌어당겼다. 지역에서는 쉽지 않은 이런 기획에 대해 대해 윤 씨는 나름의 철학을 피력한다.
 “하나의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은 작가들이 하나의 창작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작가들의 작품이 날 것 그대로의 재료라면 큐레이터의 기획은 날 것을 맛있게 요리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는 이와 함께 ‘작가 발굴’ 역시 갤러리의 중요한 임무하고 강조한다.
 “저희 갤러리가 큰 지원은 못 하지만 무명의 신진 작가들에게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것을 통해 힘을 얻은 작가분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좋은 작가로 평가받고 커 나갈 때 마음이 뿌듯합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윤 씨는 혼자만의 고군분투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인천대와 인하대에 미술학과가 있긴 하지만, 인천과 같은 큰 도시에 미술대학이 없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입니다. 지역 미술계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 주역들이 수혈돼야 하는데 대학 없이는 어렵기 때문이죠.”
 그는 또 “미술인 뿐만 아니라 인프라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라며 “시립미술관에 관한 논의가 10년 전부터 있었는데 아직까지 달라진 게 없다”고 덧붙인다. 그럼에도 그는 인천은 가능성의 도시라고 진단한다.
 “요즘 들어 점차 인천시민들의 욕구도 커져 가고 있고, 인천을 좀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공감대로 커지고 있습니다. 신세계갤러리는 좀 더 충실하고 신선한 기획전시로 시민들과 미술인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갤러리를 찾아주시는 관람객들과 미술인 여러분이 관심과 사랑을 갖고 충고와 격려를 해 주실 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와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한 윤 씨는 신세계갤러리가 문을 열던 1997년 책임자로 부임했다. 이후 잠깐 서울 본사에 있다가 2002년 인천으로 발령받은 뒤 지금까지 그림 속에 파뭍혀 살고 있다. /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