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최 전시장이 결국 출마를 결심했습니까? 정말입니까?”, “최 전시장이 왜 나오려고 합니까?”, “당선 가능성은 있습니까?”.
 전화벨소리에 놀라 수화기를 들라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을 듣다보니 정말 최기선 전 인천시장이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민주대연합’, ‘전임시장의 책임론’ 등 여러가지 얘기가 들려오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 전시장은 정말 당선 가능성을 보고 출마를 결심한 것일까.
 이달 초만해도 최 전시장은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시장을 10년 한 사람이 무슨 미련이 있겠느냐’며 사람들의 관심조차 부담스러워했다. 최 전시장의 측근들은 아예 ‘출마를 논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언론인들의 상상조차 경계했다. 최 전시장 또한 이같은 분위기에 동조했다. 심지어 안 시장에게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그러던 최 전시장이 최근 들어 출마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제는 주변사람들에게 출마의 배경과 향후 정치구도 변화에 대해서도 나름의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역할론도 함께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인천시당은 최 전시장의 상품성을 말하고 있다. 지지기반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며 선거결과를 두고보라는 얘기다. 현재 안 시장의 대항마로서 여권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후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본인과 열린우리당의 얘기와는 달리 지역 정치권과 시민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먼저 인천의 선거판은 서울, 경기도와는 달리 그동안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 이유는 집권 여당인 우리당측에서 ‘빅 매치’에 나설 선수를 내세우지못했기 때문이다. 시장후보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시민들의 관심은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물며 급수 낮은 구청장, 시의원 후보들에 대한 관심도는 말해 무엇하랴.
 서울과 경기도에 강금실, 진대제 등 스타급 인물들이 출마하며 바람몰이를 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인천은 책임론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막바지에 몰린 입장에서 열린우리당 인천시당이 최후의 카드로 선택한 것이 최기선 전시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점차 잊혀진 인물로 치부되던 최 전시장의 입장에서 마지막 정치적 행보를 모색하려는 의지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어차피 시장후보가 필요한 열린우리당, 여기에 지역내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하고 나아가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려는 최 전시장의 의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번 시장선거의 결과와 그 이후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요즘, 8년전에 치러졌던 인천시장 선거가 자꾸 떠오른다.
 1998년 6월, 관선 인천시장을 거쳐 민선시장 연임에 도전하는 최기선 시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비록 자신이 자민련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다해도 당선은 따논 당상이었다. 자민련이 아무리 인천에서 죽을 쑨다고 해도 당시에는 달랐다. 연합공천, 정권을 잡은 지 불과 1년도 안된 민주당과 자민련이 함께 공천한 당당한 여권의 후보였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졸지에 야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후보. 일천한 정치경력으로 지역에 얼굴조차 알려지지않았던 안 후보의 출마이유는 이윤성 의원의 시장출마 번복으로 등떠밀려 나온 그야말로 패전처리용이었다. 결과는 안상수 후보의 패배. 안 후보는 그러나 불과 4년 뒤 당당하게 인천시장을 거머쥐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인천시장 선거는 재미있을 것 같다. 다만 이제는 정당과 후보와의 정체성 문제, 향후 정치권의 변화 등을 논의하는 것은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최 전시장이 패배한다해도 다시 시장에 재도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오직 열린우리당의 최기선 후보,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간 ‘리턴 매치’라는 재미있는 경기만이 남게 됐다.
 8년전에 맞붙었던 상대, 그들이 입장을 바꿔 재대결에 나서는 구도는 오히려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최 전시장이 새로운 흥행카드로 제시되면서 5·31인천시장 선거는 어느 지역의 선거보다 흥행에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조태현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