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인터넷 만화 원작 … 인천영상위 제작지원연출부

"숭의동 등 골목골목 촬영장소로 제격"
 

   
 


지난 8일 인천 남구 용현3동 주민센터. 여느 날 같으면 주말을 맞아 조용했을 이곳이 갖가지 촬영 장비를 들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붐볐다.
더욱이 업무를 보는 창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은 TV에서만 보던 이순재, 윤소정, 송지효 등 배우들. 강풀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은 극 중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이순재)이 새벽 배달길에서 만나 정을 키워가는 송씨(윤소정) 할머니를 생활보호대상자로 등록시켜 주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마침 그 곳은 만석의 손녀 연아(송지효)가 일하는 곳으로, 세 배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사를 이어갔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원작이 1천여 건의 클릭수를 기록했고, 지난 2008년에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12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는 '마파도', '사랑을 놓치다'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지난 3월부터 크랭크인 했다.
촬영지를 물색하던 연출부는 인천의 용현동과 숭의동, 배다리 일대, 중앙시장 등을 둘러보고 인천 로케이션을 결심했다.
연출부의 유병옥 프로듀서는 "1년 동안 전국을 다녀봤지만 인천만큼 적절한 곳이 없다"며 "골목 사이사이가 낡았다는 생각보단 보존돼 있다는 느낌이 강하고, 그런 이미지들이 도시 전체에 넓게 분포돼 카메라 앵글을 잡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만석과 송씨가 처음 만나는 장소이자 이야기 흐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덕길은 원작과 거의 흡사한 느낌의 숭의동 우각로 언덕배기에서 촬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중 50%가 넘는 장면을 인천에서 촬영하는 이 영화는 나은병원, 인천 장례식장 등에서도 촬영이 진행된다. 항구도시라는 특성을 살려 원작에서 강변으로 나오는 장면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찍을 예정이다.
인천영상위원회 제작지원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욕쟁이 우유배달원 만석과 이름도 없이 파지를 주우며 홀로 살아가는 송씨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노년의 사랑이야기다. 또 주차장 경비원으로 일하며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김수미)를 보살피는 장군봉(송재호)의 극진한 사랑도 잔잔하게 그린다. 영화 개봉예정일은 9~11월이다.

/심영주기자 (블로그)yjshim

■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우유배달, 파지줍기, 주차장관리 등을 하며 사회의 관심 밖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노년의 사랑 이야기다.
10리 밖까지 들릴 정도의 소음을 내는 낡은 오토바이로 우유배달을 하는 괴팍한 김만석 할아버지는 어느 날 가파른 경사를 힘겹게 내려가는 송씨 할머니를 만난다. 파지를 수레에 가득 싣고 조심스럽게 내려가던 송씨는 결국 넘어지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항상 버럭 화를 내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만석이지만 골목길 모퉁이에서 불쑥 나타나 송씨에게 우유를 내밀고, 말을 거는 척 하면서 비탈길을 내려가는 송씨의 수레를 잡아 주는 등 그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한다. 게다가 만석의 손녀 연아는 할아버지의 로맨스를 완성시키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친다.
평생 이름도 없이 성으로만 불리며 홀로 살아가던 송씨 역시 알게 모르게 항상 자신을 도와주는 만석에게 마음을 주면서 그가 준 편지를 읽기 위해 글도 배운다.
한편,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은 새벽부터 밤까지 주차장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치매에 걸린 부인 조순이를 돌보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그러던 중 아내가 위암 말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심영주기자 (블로그)yjshim

영화 속 '인천의 재발견' … 브랜드 가치 '날개'

인천영상위 지난해 47편 유치 … 관광객 방문 등 경제적 이익도

인천이 영화촬영지로 각광 받아온 것은 아주 오래전 부터이다. '파이란', '피도 눈물도 없이', '천하장사 마돈나', '실미도' 등 인천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 수십 편이 촬영됐다. 영화 뿐만이 아니다. '천국의 계단', '풀하우스'와 같은 인기드라마의 배경도 인천이었다.
이는 인천이란 지역이 바다와 항만을 끼고 있으며, 중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과 연수구, 송도신도시의 '신도심'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이, 영화 인프라의 90%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가깝다는 사실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선호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동시에 편집이나 CG(컴퓨터그래픽) 등의 영화 후반작업을 하려면 서울과 가까운 곳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서너 시간 걸리는 부산과 한 시간도 안 걸리는 인천과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이다.
2006년 4월 인천영상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인천영상위원회는 2007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본격적으로 영화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인천영상위원회는 2007년 31편에 이르는 로케이션 지원신청을 받아 5편을 유치한 이래, 2008년엔 84편의 지원작을 받아 이 가운데 27편을 끌어 들였다. 지난해엔 123개의 신청작품 가운데 47개의 영화가 인천에서 '레디 고!' 했다. 이 같은 '로케이션 지원강화'에서부터 인천영상위원회는 '촬영지로서의 인천 발견·홍보', '영상문화도시로의 역량 강화', '영상문화향유권 증대'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지난 5월엔 '갱스 오브 뉴욕'과 같은 대작을 제작하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제작팀이 인천을 다녀가기도 했다. 마틴 스콜세지 영화제작팀은 로케이션 촬영지로 덕적도와 소야도를 현지조사 했는데, 만약 인천이 촬영지로 결정될 경우 영화의 70~80% 분량을 인천에서 촬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천의 브랜드 가치는 수직상승할 것이고, 거기에 따른 이미지 제고와 경제적 이익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영화제작팀이 먹고 자는 비용에서부터 영화 개봉 뒤 촬영지를 찾는 관광객들에 이르기까지 영화유치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안겨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는 더 크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인천이 노출될 경우 인천이란 도시는 그만큼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실제 '천국의 계단' 세트장과 '풀하우스' 세트장은 지금도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으며, '고양이를 부탁해'의 월미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다. /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