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평생의 한이 될 것입니다. 형사는 결과(검거)로 말하는 만큼 후배들은 미제사건을 남기지 말기 바랍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주인공인 하승균(59) 전(前) 경기지방경찰청 수사지도관이 지난달 30일 경기지방경찰학교에서 고별강연을 끝으로 34년간의 강력 형사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이날 “영구미제로 남게 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제외한다면 30년 외근형사 생활은 성공적이었고 보람됐다”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채 형사생활을 마감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86년 9월6일부터 91년 4월3일까지 모두 10명의 부녀자가 희생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9번째 사건 공소시효가 지난달 14일 완료됐다. 10번째 사건의 공소시효도 내년 4월2일이면 끝이다. 10번째 범인은 9번째와 유전자(DNA)가 다른 데다 모방 범죄의 요소가 많아 희대의 연쇄 살인극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 마감을 기점으로 정치권과 법조계 등을 중심으로 공소시효 상향조정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법조계는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거나 공소시효를 일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도 공소시효 적용에 있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집단살해죄, 인도(人道)에 반한 죄, 전쟁범죄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같은 법률 개정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부천 초등생 피살사건,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등 2000년 이후 도내에서 발생한 강력사건 중 미해결 사건이 5건에 이르고 있다. 만약 이들 사건들도 이 상태로 계속 진행될 경우 5∼7년뒤부터 공소시효가 마감될 것으로 여겨져 조속한 법률개정이 절실한 실정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해결에 30년 형사생활 가운데 20여년을 쏟은 어는 노형사가 후배들에게 쏟아놓은 ‘한서린 강연’이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같은 반인륜범죄가 공소시효가 마감으로 범인들에게 족쇄를 풀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홍성수기자 (블로그) ss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