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달 12월로 접어들면 영낙없이 자선냄비가 등장한다. 제복차림의 구세군 사관들 모습도 짤랑짤랑 흔들어대는 종소리도 인상깊다. 자선냄비는 구세군이 해마다 세모가 되면 전개하는 자선운동이다. 사람의 왕래가 많은 거리에 냄비를 걸고 종을 흔들거나 군악을 울리면서 지나는 사람들의 적선을 구한다.
 허구많은 기구중 하필이면 모금함을 냄비로 했는지의 사연이 있다. 1891년12월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표류해온 난파선의 생존자를 돕기 위한 구세군 사관들의 아이디어로 냄비를 사용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옛날 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이었다고 한다.
 사관들은 오클랜드 부두에 나가 큰 국솥을 걸고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붙였다. “이 솥을 끓게 합시다!” 그것은 적선을 구하는 호소였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 돈이 쌓였으며 그 돈으로 난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고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거리에 자선냄비가 등장하게 되었다.
 구세군이란 이에 앞서 1865년 영국의 윌리엄 부스가 창립한 기독교 단체이다. 산업혁명의 여파로 실업자와 빈민이 쏟아져 나오자 이들을 구제하는 전도운동을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1878년 그들은 ‘구세군’이란 명칭을 내걸어 군대 조직을 갖추고 사회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1908년 전파되어 1910년 첫 영문(교회)을 서울에 열었다.
 오늘날 자선냄비는 전세계적으로 100여국이 넘는 나라에서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설치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선을 보인것은 1928년이다. 그해 12월15일 구세군의 박준섭 사관이 당시 서울의 종로와 명동에 자선냄비 20개를 내걸었다고 한다.
 올해도 자선냄비가 등장 오는 24일밤까지 모금활동을 벌이게 된다. 특히 올해는 모두들 경제사정이 여의치 못하다고 걱정이다. 그런 해에는 자선냄비의 모금 목표가 낮춰지기도 하는데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목표를 초과하는 것이 자선냄비의 숨은 힘이다. 연말의 흥청거림이 냄비에 모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