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분명 변하고 있었다.
적어도 남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지난 9월∼10월 아리랑공연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인천일보 취재팀은 지난 8일∼12일까지 4박5일간 평양취재를 통해 이같은 기운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남한사람들을 많이 대해 본 탓인지 유명관광지를 소개해 주는 해설사의 태도는 무척 여유롭다. 남한의 사정도 비교적 잘 아는 듯 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남한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딘지 굳어 보였다.
평양도 시장 경쟁 원리가 도입되려는가? 물가가 눈에 띄게 올랐다. 이제 남한사람들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아리랑공연 기간 싹쓸이 구매 영향을 받은 듯 했다. 판매점원들은 웬만한 그림 값이 500∼1천 유로 인데도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판매에 열을 올린다. 그들의 월급이 30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인데도 말이다. 값이라도 깎을라 치면 ‘지난번 (남한)선생은 화끈하게 사가셨는데 까다롭게 군다’며 오히려 핀잔을 줄 정도다.
호객도 마다 않는다. 경옥고를 비롯한 유명 약재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몸에 좋다’며 보따리로 내 놓는다. 적당한 가격에 값을 흥정하기도 한다. 재미 있는 것은 모든 물건값은 ‘유로’로 계산해 주는데, 가격이 잘 조율되지 않으면 선심쓰듯 ‘달러’로 대신 받기도 한다. 즉 100유로 짜리 물건을 100달러로 계산해 주는 것이다. 결국 환율 차이에 따라 10∼20% 정도 할인을 받는 셈이다.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적당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나름대로 기발한 계산법이라는 생각이다.
젊은 사람들의 옷차림도 변하고 있다. 검은색 치마에 흰색 저고리의 획일적 옷차림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느낌이다. 대신 트레이닝복이나 말쑥한 양장 차림의 여성들이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같은 변화 물결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취재기간 내내 자꾸 이들의 10년 후가 궁금해졌다. 이런 속도면 그때는 과연 얼마만큼 변해 있으려나. 얼마만큼 열려 있으려나…. /백종환기자 (블로그)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