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온 국토의 산림이 시름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 확산방지를 위해 소나무의 이동을 차단하고 무단 벌목을 규제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덧붙여 각 지자체별로 비상방제대책을 수립, 감염지역의 소나무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1공무원 1담당 마을을 지정하는 등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이 시행돼 재선충 발생지역 소나무를 적법한 절차없이 옮기다 걸리면 최고 1천만원, 반출금지구역 인근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나무를 이동하면 200만원의 벌금을 물게 하고 있다.
백두대간까지 밀고 들어온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강원도 동해시 쉰움산의 40년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맥없이 잘려나갔고 토막난 소나무들의 신음 소리가 온 산야를 뒤덮고 있다.
산림당국과 지자체는 파죽지세로 소나무를 파고드는 재선충에 떨며 소나무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소나무에만 정신이 팔려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산림당국은 소나무 재선충이 잣나무에 전이되면 고사할 수 있다<본보 11월17일 19면 보도>는 사실을 알고도 특별방제지침 대상에서 잣나무를 제외시켜 일선 지자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경기도내 시·군들은 “잣나무도 재선충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만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가, 한국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의 실험결과를 거론하자 “우리나라에서는 적송, 해송에서만 발병했기 때문에 잣나무가 특별방제지침에서 제외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잣나무도 재선충병에 걸릴 수 있으나 아직까지 감염사례가 없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직무유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솔수염하늘소가 나무 속에서 지내는 겨울동안 완벽한 방제를 못할 경우 내년 봄에는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자손대대로 물려줄 우리의 산림이 벼랑끝에 몰려있고 그들의 선택에 잘려나간 소나무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잣나무는 긴장하고 있다. /변승희기자 (블로그)cap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