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때문에 크게 된 사람이 있었다. 한나라때 사람 질도이다. 그는 중랑장이 되어 문제(文帝)를 섬겼다. 단호히 직간했으며 조정에서는 대신들을 면전에서 훈책했다. 그가 황제를 따라 서안의 상림원에 갔을때였다. 가희(賈姬)가 화장실에 가는데 사나운 멧돼지가 나타나 화장실로 돌진했다. 황제가 그녀를 구하라고 지시했으나 듣지 않았다.
 황제가 직접 무기를 들고 나서자 질도는 그마저 막았다. 황제 앞에 엎드려 말하기를 “미희 하나를 잃으면 또 다른 미희를 맞으면 됩니다. 지금 황제께서 스스로를 아끼지 않으시면 황실과 황후는 어찌 되겠습니까”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태후가 질도를 불러 황금 100근을 하사했으며 질도를 중하게 여겼다.
 멧돼지는 이를테면 돼지의 조상이다. 멧돼지가 길들여져 가축이 된 것이 오늘날의 돼지이다. 돼지가 가축화한 것은 대략 동남아 지역에서는 4,800년전 유럽에서는 3,500년전으로 추측한다.
 멧돼지는 지구상에 고루 분포한다. 유라시아 대륙은 물론 대양주와 미대륙에도 있다. 우기에 떼지어 다니는 남미 멧돼지의 위력은 대단하다. 원주민들은 녀석들을 케이슈라고 한다. 턱이라는 뜻인데 녀석들이 턱뼈 가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일본 멧돼지가 있고 오끼나와 것은 류꾸 멧돼지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것은 대륙 멧돼지이다. 대륙 멧돼지가 도서지역 보다 크나 우리 것은 대륙 멧돼지 중에서도 좀 작다고 한다. 깊은 산중이나 활엽수림을 좋아하는데 눈덮인 겨울에는 야산이나 인가 근처에 내려 온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어 그것으로 나뭇뿌리를 자르고 싸울때는 무기 구실을 한다. 사람을 습격할때와 부상을 당하여 반격할때는 날카로운 송곳니로 상대를 가리지 않고 돌진한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저돌적(猪突的)이다.
 최근 각지에서 멧돼지들이 제세상을 만났다고 활개친다. 서울 주택가도 가리지 않는다. 농경지를 휩쓸고 지나가면 한해 농사는 도로아미타불이다. 멧돼지 때문에 귀하게 되었다는 고사(故事)도 있는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