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세계는 조류독감 공포에 떨고 있다. 스위스의 한 제약회사에서 독점적으로 만드는 백신이 모자라 아우성치는 국가들은 특허를 풀어 백신 생산을 자유롭게 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양과 면역이 부족한 빈곤층의 어린이나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조류독감에 취약하다. 그들의 생명을 일개 제약회사의 이익에 맡길 수 없다는 보건의료의 절박한 요구일 것이다.
 만일 백신 생산이 자유화되어 충분한 백신을 저렴하게 확보했다고 치자. 그 백신을 일일이 주사하기보다 수돗물에 넣는 편이 예방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린 감사해야 할까. 어떠한 백신도 부작용이 있다. 전문가의 주장에 따라 모든 국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에 백신을 섞는다면 부작용으로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은 어찌하나. 그들은 병원에 가서 돈 내고 치료하라고 외면할까.
 수돗물에 적당량의 불소를 넣으면 치아가 튼튼해진다는 견해는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 그 불소는 치아에 닿을 때 이 표면을 단단하게 해주어 충치를 예방한다고 주장한다. 부모가 일을 나가야 하는 가난한 집의 7세 이하의 아이들을 위한 보건의료 차원으로, 가난을 대물림하고 빈부격차를 증폭하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정의차원으로 수돗물에 일정 농도의 불소를 첨가하자고 비약된 논리로 주장한다. 0.8ppm 이하이면 안전하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안심시킨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철저히 무시한다.
 치아를 튼튼히 한다는 의견에 가려 불소가 치명적인 독극물이라는 사실은 숨겨졌다. 인산비료공장 굴뚝에서 받는 불화규산은 주변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물질로 살충제와 쥐약으로 사용되며 수돗물불소화 용 불화규산은 부대에 해골마크가 선명하다는 점은 쉬쉬한다. 수돗물불소화의 이점만 들은 시민들은 불소를 비타민과 비슷한 물질로 착각할 정도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치밀한 몸속 조직을 단단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불소는 몸에 축적된다. 끓이면 농축된다. 나이들면 몸에 축적된 불소의 작용으로 뼈에 이상을 초래하여 골반골절이나 골육종과 같은 암을 적지 않게 발생시키는 것으로 최근 과학자들은 유수의 학회지에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래서 수돗물불소화를 거부하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물론 50년 가까이 수돗물에 불소를 넣었던 미국에도 문제제기가 줄을 잇고 있다. 더는 가릴 수 없는 과학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과거 과학기술은 현재 수준으로 볼 때 천박하다. 현재 과학기술도 내일 다시 볼 때 미숙할 것이다. 과거에 쓴 논문의 양이 많다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논문을 무시한다면 과학은 발달할 수 없다. 수돗물불소화의 위험성이 바로 그렇다. 50년이 지나면서 봇물 터지듯 드러나는 위험성을 수돗물불소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드러나는 문제를 억압하고나 무시하며 수돗물불소화를 추진한다면 자신의 노후, 그리고 후손의 건강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수돗물에 불소를 넣으면 아무런 대안을 찾을 수 없다. 불소에 민감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 미국 보건당국도 주의를 당부하는 치아가 없는 어린이들, 불소가 이미 축적된 노인들도 대안을 찾을 수 없다. 당분이 많은 과자와 음료를 피하고 양치질을 잘 하도록 유도하는 보건운동은 회피하고 수돗물에서 빼야할 성분인 독극물을 넣으려는 태도는 보건의료에 오히려 역행한다. 치아 대신 뼈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불소는 양치용으로 충분하다. 양치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계층은 없다. 미국 압력에 굴복하여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토론토와 유럽 영향으로 불소를 넣지 않는 몬트리올을 비교할 때, 가난한 어린이들의 충치 발생에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과학자의 주장은 무엇을 웅변할까. 제발 당부하건데, 모든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고 과거의 주장만 되풀이하지 말기를 바란다. 건강사회는 진실을 오도하는 수돗물불소화로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