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는 우리나라 김치의 대표적 재료이다. 이규보의 ‘가포육영’에는 오이 가지 무 파 아욱 박이 들어있을뿐 배추는 빠져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이르러서야 대표적인 채소 아홉가지로 파 부추 마늘 생 오이 박 갓 무에 비로소 배추가 포함되어 있다. 지금과 같은 배추가 개량된 것은 한세기전이요 그후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육종법 체계확립에 의해서이다.
 ‘배추가 풍년이면 김장을 늦게 하고 흉년이면 일찍 해야 한다’고 한다. 풍작이면 배추값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흉작일 때는 날이 갈수록 점점 값이 오르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지금과 달리 김장철이면 어느 가정이나 김장을 담가먹던 시절의 속담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개들 김장을 않고 사철로 사다가 먹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중국 김치의 기생충 파동으로 너도나도 김치를 담가 먹느라고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그런데 산지값은 그대로라고 한다. 연천군에서 배추농사를 하고 있다는 한 농민은 하루가 다르게 배추값이 오르고 있다는 보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단다. 그도 그럴것이 포기당 500원꼴에 수집상에게 팔았는데 소비자에게는 3,500원에 팔리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배추는 평당 10∼13포기가 재배된다는데 재배농민이 수집상에게 넘긴 값은 평당 5천원-그러니까 포기당 500원도 되지않는 값이다. 이것을 도매상은 한포기에 1,970원으로 넘기고 이것이 도매시장에서는 2,500원에 거래되어 소매상이 소비자에게 판값은 3천∼3천500원으로 불어났던 것이다. 실로 일곱배이다.
 하긴 배추만이 아니다. 어느 농산물이든 생산지에서는 ×값인데 몇단계 유통업자를 통과하는 동안에 터무니 없게 불어난다. 농민의 수고로움을 아는 소비자들은 사먹는 값이 모두 농민에게 돌아간다면 비싸더라도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때 함께 분통을 터뜨린다. 배추가 안팔리고 값이 떨어지면 ‘한포기 더먹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소비자들이다.
 하루 속히 농민만 울리고 중간에서 배불리는 유통구조는 개선되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