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본부 건물은 뉴욕의 이스트 강변에 있다. 맨허턴 1번가의 42번에서 45번 사이이다. 성냥갑을 세워 놓듯 네모 반듯한 빌딩 옆에 커다란 반구의 돔으로 되어 있다. 야간에는 4천여개의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비쳐주고 있어 평화의 등대라 할만하다.
 이곳은 원래 선주민이던 인디언의 도살장 자리였다. 그들이 사냥해온 포획물을 처리한 피로 물들여졌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 것을 록펠러 2세가 구입 평화의 터전으로 기증 여기에 20세기 최대의 국제기구 UN본부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피로 물들여졌던 곳에 하필이면 평화의 전당이 들어섰는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만하다.
 이곳에 UN본부가 자리하게 되자 옛 소련이 배아파했다고 한다. 1951년 건물이 완성되자 주변의 땅값이 덩달아 뛰어 오르느라 미국에 생각지도 않던 잉여소득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당초 뉴욕에 UN이 들어서는 것을 소련은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심장부에 근거를 두게 되었다며 내심 좋아했었다.
 그렇던 것을 UN본부가 세워지고 땅값이 급등하자 배가 아팠던 것이다. 소련은 두가지 이유를 들어 저들의 UN분담금 삭감을 요구했다. 첫째는 땅값의 폭등이요 두번째는 2차대전중에 소련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나 미국은 본토에 폭격 한번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곳 광장에는 강바람에 만국기들이 휘날린다. 우리의 태극기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UN의 승인하에 정부가 세워졌음에도 냉전의 여파로 UN에 가입하지 못하느라 태극기가 게양될 수 없었다. 물론 북한도 마찬가지였는데 91년 남북한 동시가입으로 태극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송도에 64층의 각종 국제기구가 입주할 유엔센터 빌딩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선주민이던 인디언의 도살장 자리였다’-뉴욕의 UN본부 자리를 놓고 말하듯 높다란 빌딩만으로 버텨놓기 보다는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덜 삭막하겠다. 오랜 다음에 인천의 유엔센터를 놓고는 무슨 옛이야기를 할 것인가. 미리 전설 같은 이야깃거리 한편쯤 준비함도 좋을듯하다.